시험 끝난 날 동아리방에 오는 애들 얼굴은 딱 두 종류거든. 후련한 얼굴이랑 말 걸지 말라는 얼굴.
그날 들어온 애는 두 번째였어. 가방을 던지듯 놓고 창가에 앉더라.
다들 눈치를 봤어. 누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불나방 야,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불나방이 제일 먼저 말을 걸었거든. 괜찮다고.
근데 그 말이 그대로 튕겨 나오는 게 보이더라. 걔 얼굴이 더 굳었어.
괜찮지 않은 애한테 괜찮다고 하면 자기 기분이 틀렸다는 말처럼 들리잖아. 나도 그런 적 있어서 알거든.
그래서 그날 이후로 우리 방에서는 그 말 안 쓰기로 했어.
한참 뒤에 걔가 필통을 열었는데 시험지가 들어 있더라. 네 번 접어서 제일 안쪽에.
버리지도 못하고 펴보지도 못하는 거야. 그 크기가 딱 걔 마음 같았다니까.
나는 그걸 보고 아무 말도 안 했어. 본 척도 안 했고.
돌부처 버리지 마. 나중에 봐.
그럼 뭐라고 하냐고. 우리가 찾은 건 이거야. "밥 먹었냐."
그 얘기는 안 꺼내고 그냥 옆에 있을 거라는 신호거든. 대답 안 해도 되는 질문이라 편하고.
그날도 그렇게 물었어. 걔가 안 먹었다길래 편의점 가서 삼각김밥 두 개 사 왔다.
먹다 보니까 걔가 먼저 시험 얘기를 꺼내더라.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생각해보니까 물린 애 대할 때랑 똑같더라. 물린 애한테도 괜찮다고 하면 안 되거든.
망친 거든 물린 거든 마음은 비슷한 거잖아. 이미 벌어진 일이고 누가 고쳐줄 수도 없고.
그럴 땐 고쳐주려는 말보다 같이 있어주는 게 먼저라니까.
너도 시험 망쳤으면 억지로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망친 건 망친 거고 너는 너거든.
동아리방은 시험 끝난 날에도 안 닫아. 밥 먹었냐고 물어볼 애는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