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크게 지적을 받은 날이었어요. 제가 맡은 일에 실수가 있었지요.
회의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청소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창밖을 보시더니 말씀하셨지요. 비가 오려나 봐요, 우산 있으세요?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날 뻔했네요.
정말 별말 아니었어요.
날씨 얘기였을 뿐이지요. 아주머니는 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셨을 거예요. 그냥 지나가며 건넨 인사였겠지요. 그런데 그 순간 그게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말처럼 들렸어요.
생각해보면 힘든 날엔 위로의 말도 버거울 때가 있어요.
괜찮냐,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괜찮은 척해야 할 것 같지요.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설명해야 하고요. 그런데 날씨 얘기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대답도, 설명도요. 그냥 저를 한 사람으로 봐주는 말이었지요.
날씨 얘기 같은 가벼운 말이, 무거운 날에는 가장 부드러운 손이 된다.
저는 우산이 없다고 했어요.
아주머니가 청소 도구함에서 비닐 우산 하나를 꺼내 주셨지요. 손님들이 두고 간 거라고요. 가져가서 안 돌려줘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 투명한 우산을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렸네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연민이 사람 사이 벽을 허문다고 했대요.
아주머니는 제 얼굴에서 뭔가를 보셨던 걸까요. 아니면 그냥 늘 그렇게 다정하신 분일까요. 어느 쪽이든 그 한마디가 그날 저를 붙잡아줬어요.
그 뒤로 엘리베이터에서 그분을 만나면 제가 먼저 인사해요.
오늘은 날이 좋네요, 쌀쌀해졌어요, 같은 말이요. 아주머니도 웃으며 받아주시지요. 날씨 얘기 몇 마디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
날씨 얘기 같은 가벼운 말에도 사람을 살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누군가에게 먼저 우산 있냐고 물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