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책상을 정리하다 보니 커피잔이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오전에, 하나는 오후에 탄 거였지요.
둘 다 반쯤 남은 채 나란히 식어 있더라고요. 한 잔도 끝까지 마시지 못했네요.
커피를 탈 때는 늘 마음이 조금 느긋해져요.
물이 끓는 소리, 잔에 퍼지는 향 같은 것들이요. 이번엔 천천히 마셔야지 하고 책상에 가져오지요. 그런데 두 모금쯤 마시고 내려놓는 순간 다른 일이 시작돼요. 그리고 잊어버리네요.
한참 뒤에 손을 뻗으면 잔이 차가워져 있어요.
그때 조금 허탈해지지요. 그 따뜻했던 몇 분을 놓친 것 같아서요. 커피를 탄 건 쉬고 싶어서였는데, 정작 쉬지는 못하고 일만 하고 있었던 거군요.
식은 잔은, 쉬려던 마음이 바쁜 하루에 밀려난 자리다.
예전엔 식은 커피를 전자레인지에 데웠어요.
그런데 데운 커피는 맛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의 그 향이 안 나지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식은 채로 마시거나 버려요. 놓친 시간은 데운다고 돌아오지 않는 거겠지요.
옆자리 동료는 늘 텀블러를 써요.
왜 그런가 했더니 자기도 커피를 자꾸 잊어서래요. 텀블러에 담으면 오후까지 따뜻하다고요. 그 말에 웃었는데, 다들 비슷하게 잊고 사는구나 싶어 조금 안심이 됐네요.
어제는 일부러 커피를 들고 창가에 갔어요.
책상에서 떨어져서 다 마실 때까지 거기 서 있었지요. 오 분쯤이었을 거예요.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잔이 비워질 때까지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커피가 끝까지 따뜻했네요.
바쁜 날엔 커피가 식는 게 당연하겠지요.
다 마시지 못한 잔을 너무 아까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만큼 다른 데 마음을 쓰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하루에 한 잔쯤은 따뜻할 때 끝까지 마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