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낡은 소파가 하나 있거든. 셋이 앉을 수 있는 거.
근데 가운데 자리는 늘 비어 있어. 다들 양쪽 구석만 앉아.
특히 안 좋은 날엔 구석 쟁탈전이 벌어져.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구석부터 확인하더라.
칼손 아, 구석 뺏겼다.
소파 왼쪽 구석 팔걸이를 보면 천이 유독 닳아 있어. 거의 하얗게.
왜 그런가 했더니 다들 거기 앉으면 팔걸이를 손으로 문지르더라. 무의식적으로.
칼손도, 불나방도, 돌부처도. 안 좋은 날일수록 더 많이 문질러.
그러니까 그 닳은 자국은 우리 방 안 좋은 날들이 쌓인 거라니까.
애들한테 물어봤어. 왜 다들 구석을 좋아하냐고.
칼손은 등이랑 옆이 다 막혀서 좋대. 뒤에서 누가 볼 일이 없으니까.
불나방은 팔걸이에 기댈 수 있어서 좋대. 가운데는 기댈 데가 없잖아.
돌부처는 그냥 구석이 편하대. 이유는 없대.
다들 이유는 달랐는데 결국 같은 말이었어. 기댈 데가 필요하다는 거.
불나방 가운데 앉으면 붕 뜬 느낌이야.
그럼 가운데는 누가 앉냐. 나야.
부장이라서가 아니라 남는 자리가 거기라서. 근데 앉아보니까 가운데도 나쁘지 않더라.
양쪽에 애들이 있으니까 양쪽에 기댈 수 있거든. 구석은 한쪽만 기대는데 가운데는 양쪽이야.
그래서 요새는 안 좋은 날 내가 가운데 앉으면 양쪽 애들이 나한테 살짝 기대. 소파가 좁아서 어깨가 닿거든.
돌부처 가운데도 괜찮네.
생각해보면 구석을 찾는 건 숨는 게 아니야. 기댈 데를 찾는 거야.
안 좋은 날은 혼자 서 있기 힘드니까 뭐라도 기대고 싶은 거잖아. 팔걸이든 벽이든 옆 사람 어깨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다들 그래.
너도 요새 자꾸 구석 자리를 찾으면 그건 기댈 데가 필요하다는 신호야.
팔걸이 문지르면서 앉아 있어도 돼. 동아리방 소파 가운데엔 내가 앉아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