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는 다들 지쳐 있었거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동아리방 공기가 계속 무거웠어.
금요일 오후에 칼손이 혼자 보던 영화 얘기를 하다가 불나방이 그랬어. 그거 여기서 보자고.
새 동아리방은 벽이 하얗고 넓잖아. 거기 띄우면 되겠대.
불나방 상영회 하자! 팝콘도 사 올게.
칼손이 노트북을 가져왔고, 후배가 학교 방송부에서 작은 빔을 빌려왔어.
불나방은 진짜 팝콘을 사 왔어. 편의점 전자레인지로 돌린 거.
돌부처는 커튼을 쳤어. 큰 창이라 커튼 치는 데 한참 걸렸어.
소파를 벽 쪽으로 돌리고 담요를 꺼냈어. 다섯 명이 소파랑 바닥에 나눠 앉았어.
영화는 칼손이 골랐어. 조조로 혼자 봤던 거 중에 제일 좋았던 거.
주식이랑은 아무 상관 없는 영화였어. 어떤 할머니가 바닷가 마을에서 빵집 하는 얘기.
다들 처음엔 좀 심드렁했어. 근데 삼십 분쯤 지나니까 다들 빠져들었어.
불나방이 웃긴 장면에서 팝콘을 쏟았어. 아무도 안 치웠어. 영화 보느라.
영화 끝나고 불 켰는데 후배가 그러더라. 우리 두 시간 동안 아무도 폰 안 봤어요.
다들 그제야 알았어. 진짜로 아무도 안 켰어. 칼손도, 불나방도.
칼손이 놀랐어. 자기가 두 시간 동안 폰을 안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대.
칼손 모래시계보다 효과 좋다.
생각해보면 영화는 남의 이야기잖아. 두 시간 동안 남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거.
그동안은 내 이야기가 잠깐 쉬는 거야. 계좌도 걱정도 다 영화 밖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영화 상영회는 다 같이 두 시간 쉬는 거였던 거라니까. 혼자 쉬는 것보다 같이 쉬는 게 더 잘 쉬어지더라.
돌부처 빵 먹고 싶다.
영화 끝나고 돌부처가 한 첫 마디였어. 다들 웃었어.
너도 지쳐 있으면 남의 이야기 하나 골라서 두 시간만 빠져봐. 혼자도 좋고 같이도 좋고.
내 이야기가 잠깐 쉴 거라니까. 다음 금요일엔 돌부처가 영화 고르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