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후배가 동아리방에 큰 상자를 들고 왔어. 보드게임이었어.
집에 안 하는 게 많아서 가져왔대. 다 같이 하자고.
다들 처음엔 좀 시큰둥했어. 근데 한 판 하고 나니까 다들 빠졌어.
불나방 한 판 더! 이번엔 내가 이긴다니까.
보드게임 하다 보니까 웃긴 게 있었어. 다들 게임에서도 성격이 그대로 나오더라.
불나방은 늘 먼저 질렀어. 이번엔 된다면서 크게 걸었어. 그리고 크게 졌어.
칼손은 늘 먼저 포기했어. 조금만 불리해지면 나 그냥 빠질게, 했어.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어.
돌부처는 끝까지 버텼어. 아무리 불리해도 안 포기했어. 근데 표정은 그대로.
근데 웃긴 건 이긴 건 매번 후배였어.
후배는 그냥 차분하게 했어. 크게 지르지도 않고, 먼저 포기하지도 않고, 무조건 버티지도 않고.
상황 봐서 하나씩. 그게 제일 잘 통하더라.
다들 후배를 쳐다봤어.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칼손 후배가 제일 무섭다.
근데 재밌는 건 게임에서 버릇이 나와도 다들 웃었다는 거야.
불나방이 또 질러서 졌을 때 다들 빵 터졌어. 불나방도 웃었어. 칼손이 또 먼저 포기했을 때도 다들 웃었어.
진짜였으면 안 웃겼을 거야. 근데 게임이니까 웃을 수 있었어.
내 버릇을 게임 속에서 보니까 좀 가볍게 보이는 거라니까. 아, 나 또 저러네, 하고.
몇 판 하고 나서 칼손이 그러더라. 게임에서라도 먼저 포기 안 해보고 싶대.
그다음 판에 칼손이 끝까지 버텼어. 손바닥에 점은 안 찍었는데 꾹 참았어.
결과는 이 등이었어. 꼴찌 아니고. 칼손이 엄청 좋아했어.
돌부처 게임에서 연습하면 돼.
너도 친구들이랑 보드게임 할 때 네 버릇이 보이면 웃어넘겨봐. 게임이니까.
거기서 연습하면 진짜에서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엔 이제 금요일마다 보드게임 판이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