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에 온 지 한 달이 넘었거든. 그새 엄청 지저분해졌어.
책상엔 귤 껍질, 바닥엔 과자 봉지, 소파 틈엔 뭔지 모를 것들.
후배가 그러더라. 이제 대청소할 때가 됐다고. 우리 방 냄새가 좀 과해졌대.
불나방 청소? 나 빗자루 할게.
다들 역할을 나눴어. 불나방은 바닥, 칼손은 소파, 돌부처는 창가, 후배는 책상, 나는 선반.
치우다 보니까 이것저것 나왔어.
소파 쿠션 밑에서 칼손 볼펜이 나왔어. 손바닥에 점 찍던 그 볼펜.
창가에서는 불나방이 하늘 사진 찍다가 떨어뜨린 머리끈이 나왔고.
책상 서랍에선 핼러윈 때 더듬이 머리띠 다섯 개가 나왔어.
칼손이 그 볼펜을 한참 보더니 버리지 않고 필통에 넣었어.
다들 왜 안 버리냐고 했어. 잉크도 거의 없는데.
칼손이 그러더라. 이걸로 일곱 개 점 찍은 날이 생각난대. 처음으로 먼저 안 나간 날.
칼손 이건 못 버려.
다들 그 뒤로 뭘 버릴지 고민하기 시작했어.
과자 봉지랑 귤 껍질은 버렸어. 그건 쉬웠어.
근데 나머지가 어려웠어. 머리띠, 쪽지, 화이트보드 지우다 남은 한 마디 사진.
다 하나씩 날이 붙어 있었어. 그날 누가 울었고, 누가 웃었고, 누가 처음으로 뭘 했는지.
결국 상자를 하나 만들었어. 버리기 아까운 것들 넣는 상자.
칼손 볼펜은 칼손이 가져갔고, 나머지는 다 상자에 넣었어. 머리띠 다섯 개, 쪽지 몇 장, 불나방 머리끈.
타임캡슐 상자 옆에 그 상자를 놓았어. 두 상자가 나란히.
돌부처 우리 방 박물관이네.
청소 다 하고 나니까 동아리방이 반짝반짝했어. 처음 이사 왔을 때처럼.
근데 처음이랑은 달랐어. 선반에 머그컵 다섯 개, 창가에 선인장 두 개, 벽에 사진들, 그리고 박물관 상자.
깨끗해졌는데 우리 방 그대로였어. 너도 청소하다 옛날 물건에 멈추면 버리지 말고 상자 하나에 모아봐. 그게 버틴 흔적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