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하루는 문 여는 걸로 시작하거든. 아침에 제일 먼저 와서.
동아리방 문은 무거워서 어깨로 밀어야 열려. 열면 밤새 갇혀 있던 공기 냄새가 나.
창문을 한 뼘 열어. 돌부처한테 배운 거. 그리고 과자 봉지를 하나 책상 가운데 놓아.
그게 아침 일이야. 별거 없지.
점심때 애들이 하나둘 와. 그때부터 내 일은 얼굴 보는 거야.
누가 오늘 말이 없는지, 누가 과자를 많이 먹는지, 누가 소파 구석부터 찾는지.
종목은 몰라도 그건 알아보거든. 매일 보니까.
안 좋아 보이는 애 옆에 앉아. 별말 안 하고. 그게 점심 일이야.
칼손 부장 옆에 앉으면 왜 편하지.
오후엔 사실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있어.
다들 폰 보고, 가끔 한숨 쉬고, 가끔 웃고.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일이라는 게 좀 웃기잖아. 근데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있으면 방이 비지 않으니까. 누가 와도 누가 있으니까.
불나방 부장 없으면 방이 이상해.
저녁엔 애들이 하나씩 가. 나는 마지막까지 있어.
제일 늦게 가는 애가 누군지 보는 거야. 늦게까지 안 가는 애는 집에 가기 싫은 애거든.
그런 날은 같이 있어줘. 걔가 갈 때까지.
다 가고 나면 의자를 정리해. 네 개를 다 책상 쪽으로 밀어 넣어.
근데 하나만 살짝 빼둬. 내일 제일 먼저 오는 애가 바로 앉을 수 있게.
그리고 창문 닫고, 불 끄고, 문 잠가. 그게 하루 끝이야.
돌부처 의자 하나 빼둔 거 나 알아.
돌부처는 그거 알더라. 아침에 그 의자에 앉는 게 주로 돌부처거든.
생각해보면 부장이 하는 일은 대단한 게 하나도 없어. 문 열고, 앉아 있고, 불 끄고.
근데 그걸 매일 해.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그게 부장 일이더라.
너도 누군가한테 매일 같은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고마운 거 알아줘. 동아리방 의자 하나는 늘 빼져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