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청소하는 날이었거든. 책상 다리가 흔들려서 고치려고 뒤집었어.
근데 책상 밑면에 뭐가 쓰여 있더라. 연필로.
"여기 앉으면 다 괜찮아짐."
다들 몰려와서 봤어. 언제 쓴 건지는 몰라. 글씨가 꽤 흐려져 있었어.
불나방 선배가 쓴 건가 봐.
근데 그 옆에 다른 글씨가 하나 더 있었어. 더 작게.
"거짓말."
다들 빵 터졌어. 누군가 그 말을 믿고 앉았다가 안 괜찮았던 거야. 그래서 반박한 거고.
근데 웃다가 좀 조용해졌어. 그 두 줄이 우리 얘기 같았거든.
생각해보면 둘 다 맞는 말이잖아.
이 방에 앉으면 좀 괜찮아지는 건 진짜야. 애들이 있고, 같은 얘기를 하고, 혼자가 아니니까.
근데 다 괜찮아지는 건 거짓말이고. 방을 나가면 계좌는 그대로잖아.
그러니까 첫 번째 선배도 두 번째 선배도 다 진심이었던 거라니까.
칼손 나는 첫 번째 거 믿고 싶어.
다 같이 고민하다가 우리도 한 줄 쓰기로 했어. 그 두 줄 밑에.
뭘 쓸지 한참 얘기했어. 불나방은 "이번엔 진짜 괜찮아짐"을 쓰자고 했는데 다들 반대했어.
결국 돌부처가 정했어. 연필을 들고 아주 짧게 썼어.
돌부처 같이 앉으면 덜 안 괜찮음.
다들 한참 웃었어. 근데 그게 제일 정확한 말이었어. 다 괜찮아지진 않는데 덜 안 괜찮아지는 거.
책상을 다시 뒤집어서 제자리에 놨어. 이제 그 밑에 세 줄이 있어.
언젠가 우리 다음 애들도 책상을 뒤집을 거야. 그때 그 세 줄을 보겠지.
나는 그게 좀 좋더라.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이 남는 거잖아. 그리고 그 애들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고.
칼손 네 번째 줄은 걔네가 쓰겠지.
너도 어딘가에서 혼자 버티고 있으면 이 세 줄을 기억해줘. 다 괜찮아지진 않아. 근데 같이 앉으면 덜 안 괜찮아.
동아리방 책상 밑엔 그 말이 아직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