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에서 동아리마다 부스를 하나씩 맡거든. 우리도 하나 받았어.
뭘 할지는 금방 정했다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부스 앞에 우리가 뭐 하는 데인지 한 줄로 써 붙여야 되는데 거기서 막히더라. 여섯 번을 고쳤어.
매번 첫 줄에서 막혔다니까. 쓰려고 하면 다 이상해.
주식을 배우는 데라고 쓰자니 우리는 아무것도 안 배우거든. 그건 거짓말이잖아.
불나방 그냥 노는 데라고 써요.
배우는 데도 아니고 노는 데도 아니고, 그 사이에 있는 말이 없더라.
같이 있는 데라고 쓰자니 그건 아무 데나 다 해당되잖아. 그건 설명이 아니라니까.
애들이랑 한 시간을 붙잡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정했어.
그러다 돌부처가 한마디 하더라.
돌부처 안 좋은 날에 오는 데.
그거 듣고 다들 조용해졌다니까. 그게 제일 맞는 말이었어.
근데 그걸 부스에 붙일 수는 없잖아. 그건 우리끼리 아는 말이니까.
결국 제일 재미없는 문구로 붙였거든. 주식 얘기 같이 하는 동아리, 이렇게.
틀린 말은 아닌데 우리가 아닌 것 같았어. 그날 부스에 사람은 꽤 왔고.
근데 온 애들 중에 두 번째로 방에 온 애는 한 명이었다니까. 문구가 다 걸러낸 거잖아.
다음 축제 때는 돌부처가 한 말을 좀 다듬어서 써보려고 하거든. 안 좋은 날에 오는 데, 이거를.
그대로 붙이면 이상하니까 조금만 바꿔서. 그래도 그쪽이 맞는 말이잖아.
재미없는 문구로 열 명 오는 것보다 맞는 문구로 한 명 오는 게 낫다니까. 그 한 명이 두 번째로 오는 애가 되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설명하는 것도 못하거든. 여섯 번 고쳐도 안 되더라.
근데 그날 알았어. 우리가 뭐 하는 덴지 우리도 잘 모르고 있었던 거라니까.
모르는 채로 굴러가는 데도 있는 거잖아. 그냥 그렇게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