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다 먹으면 저는 그릇부터 들어요. 앉아 있질 못하네요.
한 번은 상대 숟가락이 아직 그릇에 있는데 제가 일어서 있더라고요.
먹는 동안은 할 일이 있지요.
그런데 다 먹고 나면 할 일이 없어지고요. 그 빈 시간이 어색해서 손이 그릇으로 가는 거네요. 치우는 동안은 뭘 하고 있는 사람이 되니까요.
자리를 정리하는 손은 대개 그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먼저 움직인다.
치우면 상대는 끝난 줄 알더라고요.
더 얘기할 게 있었는데 제가 일어서서 흐름이 끊긴 적이 몇 번 있고요. 말로는 안 끝냈는데 몸이 먼저 끝낸 셈이지요.
혼자 먹을 때도 똑같네요.
마지막 숟가락을 놓기도 전에 싱크대 생각을 하고 있고요. 다 먹고 잠깐 앉아 있는 걸 잘 못 합니다. 앉아 있으면 뭔가 미뤄둔 것 같아지는걸요.
남들은 부지런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부지런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가만히 있는 게 불편해서 몸을 움직이는 쪽에 가깝지요. 부지런함과 안절부절은 밖에서 보면 비슷하게 보이는 모양이네요.
며칠 전에는 다 먹고 그냥 앉아 있어 봤어요.
오 분쯤 지나니까 손이 근질거리더라고요. 십 분쯤 지나니까 좀 괜찮아졌고요. 그동안 상대가 하던 얘기 하나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 얘기는 치웠으면 못 들었을 거네요.
끝나갈 무렵에 나오는 말이 있더라고요. 앉아 있어야 나오는 말이고요.
반대로 남이 제 그릇을 치워주면 어떤가 생각해봤어요.
고맙기도 한데 마음이 좀 급해지더라고요. 이제 일어나야 하나 싶어지고요. 제가 치울 때 상대도 그랬겠구나 싶었네요. 손 하나 움직이는 게 그 자리 전체의 속도를 정하는 모양이지요.
치우는 손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머무는 게 어색한 것뿐인걸요.
그걸 알고 나면 조금 늦게 일어설 수도 있고요. 오늘 밥 다 드시고, 오 분만 더 앉아 계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