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없는 주말이었네요. 쉬려고 앉았는데 십 분 만에 일어났네요.
정신 차려보니 세 시간째 뭔가를 치우고 있었어요.
이상한 건 치우는 데가 정해져 있다는 거군요.
오래 미뤄둔 서랍이나 옷장은 안 건드려요. 식탁 위나 싱크대처럼 눈에 바로 보이는 데만 계속 만집니다. 정리가 목적이었으면 미뤄둔 데부터 했겠지요.
우리는 어질러진 것을 못 견디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못 견딘다.
앉아 있으면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걸요.
그 불안이 몸을 일으키는 거지요. 손이 움직이고 있으면 적어도 뭔가 하고 있는 게 되고요. 그러니 청소는 쉬는 게 아니라 쉬지 않기 위한 일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세 시간 움직이고 나면 쉰 게 아니라 일한 거네요. 저녁이 되면 오늘 쉬었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다음 주말에 또 똑같이 합니다.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방이 정리되면 마음이 좀 정리되는 것도 사실인걸요. 머리로 정리가 안 될 때 손으로 하는 셈이지요. 그건 나름의 방법이겠고요.
그래서 요즘은 삼십 분만 하기로 했어요.
시계를 맞춰두고 그동안만 치우는걸요. 끝나면 남아 있어도 거기서 멈추고요. 처음에는 손이 근질거렸는데 몇 번 하니까 됩니다.
멈추고 나서 뭘 할지도 하나 정해뒀네요.
창가에 앉아서 밖을 보거나 뭘 마시거나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어려우면 손이 덜 쓰이는 걸 하나 두면 되더라고요. 완전히 멈추는 것보다 그게 저한테는 쉽습니다.
손을 움직이는 게 쉬는 방식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다 하고 나서 더 지쳐 있으면 그건 쉰 게 아닌걸요. 오늘 쉬려다 세 시간을 움직이셨다면, 다음엔 시계를 하나 맞춰두고 시작하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