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에서 가을 국화 전시가 열렸어요. 구청에서 해마다 여는 거라고 이웃 아주머니가 알려주셨지요.
주말 오후에 가봤어요. 산책로를 따라 노란 국화, 하얀 국화가 줄지어 놓여 있었네요. 국화 향이 공원 가득 퍼져 있었어요.
사람들이 국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아이를 안은 부부, 교복 입은 학생들, 산책 나온 어르신들까지요. 다들 휴대폰을 들고 자리를 바꿔가며 찍었지요. 국화 앞에 서면 다들 표정이 조금씩 환해지는 것 같았어요.
한쪽에서 노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어요.
할머니가 국화 앞에 서시고 할아버지가 찍으셨지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매번 손가락으로 렌즈를 가리시더라고요. 할머니가 화면을 보시고는 웃으며 다시 포즈를 잡으셨어요. 몇 번이고요. 둘 다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았네요.
서툰 사진 한 장을 찍는 동안에도, 함께 웃은 시간은 고스란히 남는다.
보다 못해 다가가서 말씀드렸어요.
두 분 같이 찍어드릴까요? 할머니가 반가워하시며 휴대폰을 건네주셨지요. 노란 국화 앞에 두 분이 나란히 서셨어요. 할아버지가 할머니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셨고요. 그 순간을 찍어드렸네요. 할머니가 사진을 보시고 이렇게 잘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 말씀으로는 해마다 이 전시를 보러 오신대요.
결혼하고 이 동네에 온 뒤로 빠짐없이요. 국화가 피면 가을이 왔다는 걸 안다고 하셨지요. 두 분에게는 이 전시가 한 해를 세는 달력 같은 거였군요.
쇼펜하우어는 아름다운 걸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국화 앞에 선 사람들의 환한 얼굴이 그런 순간 같았어요. 다들 잠깐 걱정을 내려놓고 꽃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서툰 사진 한 장에도 함께 웃은 시간이 담기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엔 가까운 사람과 계절 꽃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