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내일 날씨부터 봅니다. 비 소식이 있으면 그날 밤에 우산을 현관에 내다 놓고요.
알아둔다고 비가 안 오는 것도 아닌데 매일 그러고 있네요.
우산을 미리 놓는 건 준비니까 말이 됩니다.
그런데 날씨를 확인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더 많아요. 그냥 보고 자는 거지요. 그러니 준비가 목적의 전부는 아닌 셈이군요.
미리 아는 것은 막는 것과 다르다. 다만 내일이 조금 덜 낯설어질 뿐이다.
이유를 찾아보면 이쪽에 가깝더라고요.
아침에 나갔다가 비를 만나면 그 하루가 어긋난 기분이 듭니다. 젖는 것보다 예상 못 했다는 게 더 걸리는 거예요. 미리 알면 젖어도 예정대로인 셈이 되고요.
비 소식이 있으면 저는 다음 날 계획을 좀 줄입니다.
흐린 날에 가라앉는 걸 알고 있어서요. 그날은 약속을 안 잡고 집에서 할 걸 남겨둡니다. 미리 알아두면 그 정도는 조정이 되더라고요.
물론 안 맞는 날도 많습니다.
비 온다고 해서 우산 들고 나갔다가 하루 종일 들고만 다닌 날도 있고요. 그런 날은 좀 허탈하지만 그렇다고 다음 날 안 보게 되지는 않네요.
아침에 확인하는 것과 밤에 확인하는 건 다릅니다.
아침에는 이미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라 알아도 조정할 게 별로 없어요. 밤에 알면 잠들기 전에 마음이 한 번 정리되고요. 그 차이 때문에 밤에 봅니다.
날씨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다음 날 뭐가 있는지도 자기 전에 한 번 훑습니다. 나쁜 일정만 보는 게 아니라 반가운 것도 미리 봐둬요. 그러면 그게 다음 날을 조금 당겨서 시작하는 셈이 되네요.
내일에 좋은 게 하나라도 있다는 걸 알고 자면 잠이 좀 편합니다.
내일 일을 다 알 수는 없겠지요.
다만 하나쯤 미리 알고 자면 그 밤이 좀 덜 막막합니다. 오늘 자기 전에 뭔가를 확인하고 누우셨다면, 그건 걱정이 많아서라기보다 놀라고 싶지 않으셔서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