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밥 먹다가 지나가듯 말하더라. 요새 엄마 대신 계좌를 봐주고 있다고.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거든. 근데 말하면서 폰을 엎어놓더라니까.
물어보니까 엄마가 잘 못 보신대. 화면이 작아서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아침에 한 번 봐드리고 저녁에 한 번 봐드린다는 거다. 두 달째 그러고 있대.
나는 그 말 듣고 좀 멈췄다니까. 그게 두 달이면 짧은 게 아니잖아.
칼손 그거 되게 힘들 것 같은데요.
친구가 그러는데 자기 거면 차라리 낫겠대. 남의 거라서 더 신경 쓰인다는 거야.
안 좋은 날에 그걸 어떻게 말씀드리냐는 거잖아. 좋은 날은 괜찮은데 안 좋은 날이 문제라는 거다.
그래서 저녁에 말씀드리기 전에 한참 앉아 있는대. 뭐라고 말할지 정하느라고.
듣다 보니까 그 친구가 짊어진 게 화면 보는 일이 아니더라. 소식을 전하는 일인 거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엄마 하루가 달라지잖아. 그걸 매일 정하고 있는 거라니까.
열일곱이 그걸 두 달째 하고 있는 거다.
돌부처 그건 좀 무겁지.
이 얘기를 방에서 꺼냈더니 자기도 그런다는 애가 둘 더 나오더라. 나는 그게 더 놀랐어.
셋 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있었다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할 생각을 안 했다는 거다.
말 꺼내고 나서 셋이 자기들끼리 한참 얘기하더라. 그날 방이 늦게 끝났어.
그 셋한테 하나만 물어봤거든. 힘들다고 집에 말해본 적 있냐고.
셋 다 없다더라. 말하면 엄마가 미안해할까 봐 안 한다는 거다.
그게 제일 걸리더라. 대신 해주는 애가 그 말도 대신 삼키고 있는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뭘 어떻게 하라고는 못 하거든. 근데 세는 건 하잖아.
집에서 뭘 대신 해주고 있는 애가 우리 방에 셋이더라. 그거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까.
안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애들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좀 다르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