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톡방에서 칼손 프로필이 제일 자주 바뀌거든. 일주일에 서너 번.
고양이 사진이었다가, 바다 사진이었다가, 아무것도 없는 회색이었다가.
처음엔 그냥 바꾸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근데 패턴이 있더라.
불나방 칼손 또 바꿨다. 오늘 무슨 일 있냐.
제일 눈에 띄는 건 회색이야. 아무것도 없는 기본 화면.
칼손 프로필이 회색으로 바뀌는 날은 꼭 걔가 안 좋은 날이더라. 동아리방에 와도 말이 없고.
그러니까 회색은 칼손 나름의 신호인 거야. 말로는 안 하는데 프로필로 하는 거지.
다들 그걸 알아서 회색 뜨는 날엔 칼손한테 조심스럽게 대하거든.
칼손한테 물어봤어. 왜 그렇게 자주 바꾸냐고.
걔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지금 기분이랑 사진이 안 맞으면 불편하대.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프로필에 신나는 사진이 있으면 거짓말하는 것 같대. 그래서 맞춰서 바꾸는 거래.
회색은 그냥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이래.
칼손 회색이 제일 솔직해.
듣고 보니까 그거 꽤 괜찮은 방법 같더라.
힘들다고 말하는 건 어렵잖아. 근데 프로필을 회색으로 바꾸는 건 쉬워. 말 한 마디 없이 알릴 수 있으니까.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대화가 되는 거라니까. 칼손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거야.
반대로 돌부처는 프로필을 한 번도 안 바꿨어. 일 년 넘게 같은 사진이야. 운동화 사진.
왜 안 바꾸냐고 물었더니 귀찮대. 그리고 기분이 바뀌어도 자기는 그대로래.
돌부처 나는 운동화야.
그 말에 다들 웃었어. 근데 그것도 돌부처다운 거잖아.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애.
너도 프로필을 자주 바꾸면 그건 변덕이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두고 싶은 거야.
회색으로 바꾼 날엔 누가 알아봐 줬으면 좋겠지. 동아리방 애들은 회색 뜨면 먼저 말 건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