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전에 옷을 세 번 갈아입었습니다. 그러고 결국 처음 입었던 걸 다시 입었어요.
침대 위에 벗어둔 게 세 벌 쌓여 있네요.
처음 입은 게 안 어울린 것도 아니었어요.
거울 앞에서 보면 괜찮은데 몇 분 있으면 아닌 것 같아집니다. 그래서 갈아입고, 또 몇 분 있으면 또 아닌 것 같고요. 옷이 바뀌는 동안 판단이 계속 흔들리는 셈이군요.
옷을 고르는 일은 오늘 어떤 사람으로 나갈지를 정하는 일이라서, 옷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혼자 잠깐 나갈 때는 한 번에 정해집니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특히 오랜만에 볼 사람이면 세 번이 됩니다. 그 사람 앞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정하는 일이니까 오래 걸리는 거겠지요. 옷장 앞에서 재고 있는 건 옷이 아니라 그 자리인 겁니다.
재밌는 건 대개 처음 걸로 돌아온다는 거예요.
손이 먼저 고른 게 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세 번을 갈아입고 확인한 셈이지요. 시간은 버렸는데 확신은 생겼습니다.
늦었을 때는 이런 일이 안 생겨요.
첫 번째 걸 입고 그냥 나갑니다. 그리고 그날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고요. 그러니 세 번 갈아입는 건 시간이 남아 있을 때 하는 일인 셈이네요.
그래서 요즘은 전날 밤에 하나 꺼내둡니다.
밤에는 덜 흔들리더라고요. 아침에는 그냥 꺼내둔 걸 입으면 되고요. 정하는 일을 전날의 저한테 미뤄두는 겁니다.
나갔다 와서 보면 벗어둔 게 그대로 있어요.
그걸 다시 개는 게 또 일입니다. 그래서 며칠 그대로 두기도 하고요. 나가기 전의 실랑이가 돌아와서 한 번 더 값을 받는 셈이네요.
요즘은 벗은 걸 바로 걸어두려고 합니다. 잘 안 되지만요.
결국 처음 걸 입어도 그 시간이 아주 버려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갈아입는 동안 오늘 어디에 가는지를 여러 번 떠올리게 되니까요. 오늘도 몇 번 갈아입고 나가셨다면, 그건 그 자리를 신경 쓰고 계셨다는 뜻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