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거실 전구가 깜빡였어요. 처음엔 모른 척했지요.
그런데 점점 깜빡이는 간격이 짧아지더라고요. 저녁에 창가에 앉아 있는데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해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네요. 결국 바꾸기로 했어요.
새 전구를 사러 나가려다 멈췄어요.
어떤 걸 사야 할지 몰랐거든요. 전구에도 크기와 종류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지요. 결국 의자 위에 올라가 깜빡이는 전구를 빼서 주머니에 넣고 나갔어요. 아직 따뜻했네요.
동네 철물점에 들어가 전구를 내밀었어요.
사장님이 보자마자 선반에서 같은 걸 꺼내주셨지요. 이거 갈 때 꼭 스위치 끄고 하라고 당부하셨어요. 혼자 사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했더니 잘하네, 하고 웃으셨어요. 그 한마디가 왠지 든든했어요.
혼자 사는 사람의 작은 수리 하나하나는, 혼자서도 괜찮다는 조용한 증명이 된다.
집에 와서 스위치를 끄고 의자 위에 올라섰어요.
팔을 뻗으니 조금 아슬아슬했지요. 새 전구를 돌려 끼우는 동안 손이 떨렸어요. 다 끼우고 내려와 스위치를 켰어요. 거실이 환해졌지요. 깜빡이지 않는 불빛이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네요.
혼자 살면 이런 일이 계속 생겨요.
전구를 갈고, 막힌 배수구를 뚫고, 무거운 상자를 옮기지요. 처음엔 하나하나가 막막했어요. 누가 해줬으면 했고요. 그런데 하나씩 해내다 보니 조금씩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단단하다고 했대요.
거창한 의미는 아니겠지만 전구 하나 가는 것도 그 연습 같아요. 혼자 해낸 작은 일들이 쌓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덜 무섭게 되지요.
혼자 해낸 작은 일들이 쌓여 혼자 사는 시간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불이 켜진 방을 보며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해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