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이 우리 동아리 얘기를 꺼내시더라. 기록지에 이름이 이미 적혀 있었어.
나는 그냥 뭐 하는 데냐고 물으실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다니까.
선생님이 그쪽으로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물으시더라. 진로로 볼 수 있겠다는 말이었어.
나쁜 뜻이 하나도 없는 말이잖아. 오히려 좋게 봐주신 거고.
근데 나는 앉아서 좀 이상했다니까. 그게 뭔지 그 자리에서는 몰랐어.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거든. 엄마는 좋은 말 아니냐고 하시더라.
맞는 말인데도 나는 뭔가 걸렸어. 그러다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나는 그걸 진로로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우리 방은 그런 데가 아니잖아. 안 좋은 날 앉아 있는 데고 물렸을 때 말할 데지, 뭘 배우는 데가 아니라니까.
선생님이 보신 건 이름이었고 내가 아는 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던 거다. 같은 걸 부르는데 완전히 다른 얘기였어.
불나방 저는 그거 좋게 들리는데요.
다음 날 방에서 이 얘기를 했거든. 애들 반응이 갈리더라.
좋아하는 애가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애가 있었어. 부담스러워하는 쪽이 더 많았다니까.
여기 오는 게 뭘 하려고 오는 게 되면 그때부터 못 온다는 거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
돌부처 여긴 그냥 오는 데지.
다음 상담 때 선생님한테 말씀드렸거든. 저희는 배우는 데가 아니라 앉아 있는 데라고.
선생님이 좀 웃으시더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어.
그 말 듣고 나는 좀 편해졌다니까. 안 고쳐도 된다는 말로 들렸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진로 같은 건 아직 하나도 모르거든. 우리 방이 뭐가 될지도 모르고.
근데 방이 뭐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애들이 안 오더라. 그건 여러 번 봤잖아.
아무것도 안 되는 채로 두는 게 이 방이 하는 일이라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