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빠 따라 동네 손세차장에 갔거든. 아빠 차가 엄청 더러웠어.
아저씨 한 분이 혼자 하시는 세차장이었어. 고압 호스로 물을 뿌리시고 손으로 닦으시고.
나랑 아빠는 옆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어.
아저씨가 물을 뿌리시면서 아빠랑 얘기를 하셨어. 단골이신가 봐.
처음엔 날씨 얘기, 차 얘기였어.
근데 어느 순간 아저씨가 고압 물줄기를 세게 트셨어. 쏴아아. 엄청 시끄러웠어.
그리고 그 물소리 사이로 아저씨가 뭐라고 하셨어. 잘 안 들렸어.
칼손 일부러 시끄럽게 하신 거네.
아빠는 들으셨나 봐. 고개를 끄덕이셨어. 그리고 아빠도 뭐라고 대답하셨어. 물소리에 묻혀서.
물줄기가 약해지니까 다시 날씨 얘기로 돌아갔어.
그게 몇 번 반복됐어. 물 세게 틀면 그 얘기, 약하게 하면 날씨 얘기.
세차 끝나고 차 타면서 아빠한테 물어봤어. 아저씨랑 무슨 얘기 했냐고.
아빠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주식 얘기 했대. 아저씨도 요새 힘드시대.
그리고 하나 더 말해주셨어. 아저씨가 물 세게 트는 건 목소리 덮으려고 그러시는 거래.
다른 손님들 있을 때 그 얘기 하기 창피하시대. 그래서 물소리 뒤에 숨어서 하신대.
그 말 듣고 좀 신기했어. 시끄러운 데서 오히려 속 얘기가 나오는 거야.
빨래방 아주머니들도 건조기 소리 사이에서 얘기하셨고, 우리도 동아리방 빗소리 들을 때 한숨이 편했잖아.
큰 소리가 덮어주니까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거라니까.
불나방 나도 샤워하면서 울잖아. 똑같네.
아빠 차가 반짝반짝해졌어. 아저씨가 마지막에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셨어.
계산하시면서 아저씨가 아빠한테 그러셨어. 다음에 또 오시라고. 물 틀어놓고 얘기하자고.
아빠가 웃으셨어. 집에 오는 길에 아빠가 그러셨어. 저 세차장 계속 다녀야겠다고. 차보다 마음이 깨끗해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