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은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꼭 아니라고 하거든. 무조건.
과제 잘했다고 하면 운이 좋았대. 머리 잘랐는데 잘 어울린다고 하면 아니래, 망했대.
처음엔 겸손한 줄 알았어. 근데 계속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칼손 아니야, 그냥 그런 거야.
하나 발견한 게 있어. 칼손이 칭찬 들을 때마다 손으로 목 뒤를 긁더라.
신기한 건 혼날 때는 안 긁어. 혼날 때는 그냥 가만히 듣거든.
그러니까 혼나는 것보다 칭찬받는 게 더 불편하다는 거잖아. 그거 보고 좀 놀랐어.
그래서 물어봤어. 칭찬이 왜 불편하냐고.
칼손이 한참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칭찬을 받으면 다음에도 잘해야 할 것 같대.
한 번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기준이 되잖아. 다음에 못하면 실망시킬 것 같으니까 미리 아니라고 하는 거래.
듣고 나니까 이건 겸손이 아니라 겁이더라.
불나방 나는 칭찬 들으면 그냥 좋던데.
생각해보면 칼손은 칭찬을 빚처럼 받는 것 같아. 받으면 갚아야 하는 거.
그러니까 안 받으려고 하는 거야. 빚지기 싫으니까.
근데 칭찬은 원래 갚는 게 아니잖아. 그냥 그 순간에 좋았다는 말인 거거든.
다음에 못해도 그때 잘한 게 없어지는 건 아니라니까.
그래서 우리가 연습을 시켰어. 칭찬 들으면 아니라고 하지 말고 "고마워"만 하기.
처음엔 진짜 못 하더라. "고마... 아니 근데" 이러고. 목 뒤를 계속 긁고.
돌부처가 옆에서 계속 칭찬을 던졌어. 오늘 양말 좋다, 필통 좋다, 목소리 좋다.
돌부처 신발 좋다.
열 번째쯤에 칼손이 그냥 "고마워" 하더라. 목은 안 긁고. 다들 박수 쳤다니까.
너도 잘했다는 말이 불편하면 그건 네가 다음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그런 거야. 겁나는 게 이상한 건 아니거든.
그래도 칭찬은 갚을 필요 없어. 그냥 "고마워" 하고 받으면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