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이유부터 찾고 있었네요.
그날 그 사람 기분이 좋았나, 제가 뭘 해줘서 그런가 하고 있었고요.
처음에는 제가 사람을 못 믿나 싶었네요.
그런데 다시 보니 그 말을 의심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런 말을 들을 만한지를 의심한 쪽이었어요. 방향이 상대가 아니라 저한테 있었던 겁니다.
호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한다.
이유를 붙이면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그 사람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정해두면 나중에 그 말이 없어져도 놀라지 않으니까요. 미리 깎아둔 셈입니다. 기대를 줄여두면 덜 다치는 건 맞고요.
문제는 그 순간을 놓친다는 거군요.
그 사람은 마음을 건넸는데 저는 이유를 계산하느라 그걸 못 받아요. 그러면 그쪽 표정이 조금 식습니다. 몇 번 그러면 그 말을 안 하게 되고요.
그래서 요즘은 대답을 하나로 줄였어요.
고맙다고만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안 묻고요. 속으로는 여전히 이유를 찾고 있지만 입으로는 안 하는 거지요. 그것만 해도 대화가 안 어긋나는걸요.
그리고 몇 번 그렇게 받아보니 조금씩 익숙해집니다.
처음에는 뭐라고 대답하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덜해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지 못 하는 건 아닌 셈이군요.
반대쪽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저는 남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잘 못 합니다. 말해놓고 상대가 어색해할까 봐 미리 접어요. 그러니 저한테 그 말을 해준 사람은 그 부담을 넘고 온 셈이지요.
그걸 생각하면 이유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닌걸요.
그대로 못 받는 게 마음이 닫혀서는 아니겠지요.
그런 말을 자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손이 안 나가는 겁니다. 오늘 좋은 말을 듣고 이유부터 찾으셨다면, 그 말만 짧게 받아보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