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분 거리 가게에 가면서 가방을 메고 나갔네요. 살 것도 하나뿐이었어요.
돌아와서 보니 가방에서 꺼낸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는걸요.
몇 달째 안 꺼낸 것들이 그대로 있고요. 그러니 필요해서 드는 게 아닌 셈이지요. 손이 비어 있는 게 어색해서 드는 겁니다.
빈손은 아무 목적 없이 나선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손에 이유를 하나 들고 나간다.
뭘 들고 있으면 어디로 가는 사람처럼 보여요.
빈손으로 걸으면 그냥 서성이는 사람 같고요. 실제로는 아무도 안 보는데 그렇더라고요. 손에 든 게 저한테 이유를 하나 만들어주는 셈이네요.
또 하나는 손이 심심하다는 거군요.
빈손으로 걸으면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머니에 넣거나 팔짱을 끼게 되고요. 뭐라도 들고 있으면 그 문제가 없어지네요.
문제는 챙기는 게 일이 된다는 거예요.
잠깐 나가려다가 가방 챙길 생각을 하면 귀찮아져서 안 나가게 되는걸요. 오 분 나가는 데 준비가 필요해지면 그게 문턱이 되는걸요.
그래서 요즘은 가방 대신 작은 걸 하나 들게 되네요.
열쇠 하나나 접은 장바구니 정도로요. 손에 뭐가 있는 건 같은데 챙길 게 없어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이것만 바꿔도 잠깐 나가는 게 쉬워지네요.
한 번은 정말 아무것도 안 들고 나가봤어요.
처음 몇 분은 뭘 놓고 온 것 같았는데 그 뒤로는 괜찮더라고요. 오히려 걷기가 편하더라고요. 손이 비어 있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았던 거지요.
빈손으로 못 나가는 게 짐이 많아서는 아니겠지요.
손에 뭐가 있으면 어디로든 가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뭘 들고 나서셨다면, 그날은 그 이유가 하나 필요하셨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