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했어요. 안부를 묻고, 밥 먹었냐고 하고, 할 말은 금방 끝났지요.
그런데 그래 끊자, 를 다섯 번이나 주고받았어요. 둘 다 안 끊었거든요. 결국 엄마가 너 먼저 끊어, 하셨고 저도 엄마 먼저, 했다가 웃음이 터졌네요.
저는 통화를 먼저 못 끊어요.
엄마뿐 아니라 친구든 회사 사람이든 그래요. 할 말이 끝나도 상대가 먼저 끊기를 기다리지요. 끊는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이상하게 무겁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먼저 끊으면 제가 대화를 서둘러 끝내는 것 같았지요. 상대가 아직 할 말이 남았을 수도 있고요. 그 사람이 뚝 끊긴 소리를 듣는 게 싫었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 늘 기다리는 쪽이 됐네요.
먼저 끊지 못하는 손은, 조금 더 이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붙잡고 있다.
통화 끝의 그 몇 초가 있어요.
둘 다 할 말은 없는데 아무도 안 끊는 시간이요. 수화기 너머로 엄마 집 텔레비전 소리가 작게 들리지요. 그 몇 초가 어색하면서도 좋더라고요. 말은 없지만 아직 연결돼 있는 시간이니까요.
회사 통화에서는 조금 곤란하기도 했어요.
상대도 저처럼 기다리면 둘 다 한참 수화기를 들고 있지요. 그래서 요즘은 회사 통화만큼은 감사합니다, 하고 먼저 끊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엄마와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요.
셋을 세고 같이 끊기로요.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누르는 거지요. 그런데 셋에도 둘 다 안 끊은 적이 있어요. 그날도 한참 웃었네요.
통화를 먼저 못 끊는 건 꼭 고쳐야 할 버릇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과 조금 더 이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끝의 그 몇 초 침묵도 다정한 인사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