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야 하는 걸 아는데 못 하고 있습니다. 몇 달째네요.
이상한 건 마음을 먹고 나서 오히려 더 친절해졌다는 겁니다.
왜 더 잘해주나 생각해보면 이런 쪽이에요.
나중에 끝낼 거니까 그 전에 미리 좀 갚아두려는 겁니다. 그러면 나쁜 사람이 덜 되는 것 같고요. 계산이 그렇게 돌아가더라고요.
우리는 끝을 미루면서 상대를 배려한다고 믿는다. 실은 자기 이름이 상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
문제는 받는 쪽입니다.
갑자기 잘해주니까 좋아진 줄 알겠지요. 그러다 끝이 나면 앞뒤가 안 맞는 겁니다. 저는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쪽에는 아무 신호도 안 준 셈이군요.
솔직히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싫습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저를 어떻게 말할지가 신경 쓰여요. 그러니 끝내는 걸 미루는 건 그 사람을 위해서라기보다 제 이름을 지키려는 쪽에 가깝겠지요.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어요.
미루는 동안 시간은 두 사람 다 쓰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이 무겁고 그쪽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계속 붙어 있고요. 나중에 알게 되면 그 몇 달이 통째로 억울해질 겁니다.
빨리 끝내는 게 잔인한 게 아니라 오래 끄는 게 잔인한 쪽일 수도 있는걸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하면 저도 답이 없어요.
다만 두 가지는 안 하려고 합니다. 이유를 다 설명해서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과, 아무 말 없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요. 앞엣것은 상처를 늘리고 뒤엣것은 그 사람한테 답을 안 주는 쪽이지요.
결국 짧게 말하고 그다음에 오는 걸 감당하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미움을 좀 받겠지요. 그건 끝을 내기로 한 값이겠고요. 오늘 미루고 계신 게 있으시다면, 미루는 동안 그쪽도 같이 쓰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두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