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 가방이 진짜 무겁거든. 들어보면 깜짝 놀라.
교과서는 사물함에 두는데도 무겁대. 왜 그런지 본인도 모르겠대.
그래서 동아리방에서 다 같이 가방을 열어봤어.
칼손 열지 마. 창피해.
가방에서 진짜 별게 다 나왔어.
석 달 전 편의점 영수증. 뜯지도 않은 껌 세 통. 다 쓴 핫팩. 안 쓰는 펜 열두 자루. 지난 학기 학원 시간표.
다들 하나 꺼낼 때마다 웃었어. 칼손 얼굴은 점점 빨개졌어.
불나방이 그러더라. 이건 가방이 아니라 타임캡슐이라고.
제일 웃긴 건 펜이었어. 열두 자루.
다 버리자고 했는데 칼손이 하나씩 다시 집어 넣더라.
이건 잉크가 조금 남았고, 이건 색이 예쁘고, 이건 친구가 준 거고.
결국 열두 자루 다 다시 들어갔어. 이유는 다 같았어. "혹시 몰라서."
칼손 버리면 꼭 그다음 날 필요하더라.
생각해보면 그 "혹시 몰라서"가 칼손 성격 그대로야.
칼손은 늘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미리 걱정하는 애잖아. 그래서 뭐든 대비하려고 해.
펜 열두 자루도 그래. 혹시 펜이 다 안 나오는 날이 올까 봐. 그런 날은 거의 안 오는데도.
가방이 무거운 건 칼손 걱정이 무거운 거였던 거라니까.
다 버리라고 하면 칼손이 못 할 것 같아서 하나만 버리자고 했어.
칼손이 한참 고민하더니 석 달 전 영수증을 골랐어. 그건 진짜 필요 없대.
영수증 하나 버렸어. 가방 무게는 거의 그대로였어.
근데 칼손이 그러더라. 좀 가벼워진 것 같대. 진짜는 하나도 안 가벼워졌는데.
돌부처 마음이 가벼워진 거야.
너도 가방 정리 못 하고 계속 들고 다니면 그건 혹시 모를 날을 대비하는 마음이야. 이상한 거 아니거든.
다 버릴 필요 없어. 하나만 버려봐. 동아리방에선 영수증 하나 버린 날 다들 박수 쳤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