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저녁을 먹다가 옛날 영화 얘기가 나왔어요. 그 영화가 몇 년에 나왔는지로 다퉜지요.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몰래 휴대폰으로 확인해보니 제가 틀렸더라고요. 저는 화면을 슬쩍 끄고 말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동생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네요.
이상하지요.
틀린 걸 알았으면 그냥 인정하면 되는데요. 그런데 그 순간엔 입이 안 떨어졌어요. 이미 너무 세게 우겨놨으니까요. 이제 와서 틀렸다고 하면 지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말을 돌렸던 거예요.
생각해보면 영화 연도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동생 앞에서 틀린 사람이 되는 게 싫었던 거지요. 언니로서 체면 같은 게 있었나 봐요. 사소한 일인데도 그 체면이 고집을 꺾지 못하게 했어요. 별것 아닌 걸로 이기려 들었던 거군요.
사소한 일에 고집을 꺾지 못하는 건, 대개 내용이 아니라 체면을 지키려는 마음이다.
고집을 부리면 그 순간은 버틸 수 있어요.
그런데 대화는 거기서 막혀버리지요. 동생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어요. 웃고 넘겼지만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고요. 이긴 것도 아닌데 뭔가를 잃은 기분이었네요.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논쟁에서 진실보다 이기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꼬집은 적이 있대요.
틀린 줄 알면서도 끝까지 우기는 마음을 그렇게 정확히 짚었다니 좀 뜨끔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다음 날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어제 영화 연도, 네 말이 맞았어. 동생이 바로 답장을 했지요. 알고 있었어, 언니 화면 끄는 거 봤어. 둘이 한참 웃었어요. 하루 늦게 인정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해졌네요.
고집을 꺾는 건 지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거겠지요.
다음엔 화면을 끄지 말고 내가 틀렸네 한마디만 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