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랑 편의점에 갔거든. 근데 삼각김밥 코너 앞에서 안 움직이더라.
가격표를 보면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어. 뭐 하냐고 물었더니 계산 중이래.
뭘 계산하냐니까 물린 걸로 삼각김밥을 몇 개 살 수 있었는지 세고 있대.
불나방 계속 세게 된다니까. 멈춰지지가 않아.
그게 삼각김밥만이 아니래. 다 그렇게 센대.
운동화 보면 그걸로 몇 켤레, 떡볶이 먹으면 그걸로 몇 번. 영화표, 버스비, 다 바꿔서 센대.
처음엔 농담처럼 말하더니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라. 진짜 계속 그러고 있었던 거야.
듣다 보니까 좀 무거웠어. 하루 종일 모든 가격표가 다 아픈 거잖아.
물어봤어. 그렇게 세면 더 아프지 않냐고.
불나방이 그러더라. 아픈 거 아는데 안 세면 그게 얼마나 큰 건지 모르겠대.
숫자로만 있으면 실감이 안 나는데, 삼각김밥으로 바꾸면 손에 잡힌대. 그래서 자꾸 바꿔 센대.
그러니까 그건 자기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거였던 거야.
칼손 나도 그래. 근데 나는 시간으로 바꿔. 알바 몇 시간.
칼손은 시간으로 센대. 알바 몇 시간 치였는지.
그게 더 아프대. 돈은 다시 벌면 되는데 시간은 안 돌아오잖아.
둘 다 듣고 나서 생각했어. 이건 돈을 아까워하는 게 아니구나. 그 돈을 모았던 자기를 아까워하는 거구나.
알바하던 자기, 아껴 쓰던 자기. 그 사람이 아까운 거라니까.
그래서 불나방한테 그랬어. 삼각김밥으로 세지 말고 그냥 하나 사 먹으라고.
지금 여기서 먹는 삼각김밥 하나는 진짜잖아. 세는 삼각김밥은 없는 거고.
불나방이 웃더니 진짜 하나 집었어. 참치마요. 계산하고 나와서 먹으면서 그러더라. 이건 안 세도 되는 삼각김밥이래.
돌부처 맛있으면 된 거야.
너도 잃은 걸 자꾸 다른 걸로 바꿔 세고 있으면 그건 그 돈 모았던 너를 아까워하는 거야. 그 마음은 이상한 거 아니거든.
근데 가끔은 세지 말고 하나 사 먹어. 동아리방 근처 편의점 삼각김밥 맛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