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에서 알바하는 친구가 있거든. 걔가 재밌는 얘기를 해주더라.
오후마다 창가 끝 테이블에 같은 손님 셋이 온대. 아저씨 둘이랑 아주머니 한 분.
주문은 늘 똑같대. 아메리카노 셋. 그리고 앉자마자 주식 얘기를 시작한대.
친구가 그 테이블 치우러 갈 때마다 보는 게 있대.
다들 얘기하면서 빨대를 컵에서 뺐다 꽂았다 한대. 마시지는 않고.
그 얘기 듣고 나는 바로 알았어. 동아리방에서 칼손이 책상 두드리는 거랑 같은 거잖아.
손이 뭘 하고 있어야 마음이 가라앉는 거라니까.
칼손 나도 빨대 그렇게 해.
친구 말로는 그 테이블에서 큰 소리가 난 적은 한 번도 없대.
좋은 날도 조용하고 안 좋은 날도 조용하대. 다만 안 좋은 날은 커피가 많이 남는대.
그래서 친구는 컵 치울 때 남은 양으로 그날 분위기를 안대. 반 넘게 남으면 안 좋은 날인 거고.
그거 듣고 좀 웃겼어. 우리 방 과자 봉지랑 똑같잖아.
친구가 한번은 그 아주머니한테 물어봤대. 매일 오시네요, 하고.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그러셨대. 집에서 혼자 보면 답답한데 여기 오면 말할 사람이 있어서 온다고.
그 말을 친구가 전해주는데 나는 좀 찡하더라. 우리가 동아리방에 오는 이유랑 완전 똑같았거든.
돌부처 어디든 방이 필요하구나.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어. 불나방이 그러더라. 그 손님들 우리 방 명예 회원으로 하자고.
다들 웃었는데 칼손은 좀 진지했어. 어른 돼서도 그런 자리가 있으면 좋겠대.
나도 그래. 학교 졸업하면 이 방은 없어지잖아. 그때도 매일 갈 자리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더라.
너도 매일 가는 자리가 있으면 그건 거기 들어줄 사람이 있어서야. 어른이든 우리든 똑같거든.
아직 그런 자리가 없으면 일단 동아리방 와. 창가 끝자리 비워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