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작은 카페의 쿠폰에 도장 열 개를 다 채웠어요. 무료 커피 한 잔을 받을 수 있는 날이었지요.
지갑에서 꺼낸 쿠폰이 조금 구겨져 있었어요. 몇 달 동안 들고 다녔으니까요. 계산대에 내밀었네요.
사장님이 쿠폰을 받아보시고 웃으셨어요.
벌써 다 채우셨네요. 그러시고는 펜을 들어 열 번째 칸 옆에 작은 하트 하나를 그려주셨지요. 쿠폰을 돌려주시면서 이건 기념으로 가지시라고 하셨어요. 무료 커피보다 그 하트가 더 반가웠네요.
쿠폰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도장마다 날짜가 적혀 있진 않았지만 기억이 났지요. 첫 도장은 비 오던 월요일 아침이었어요. 다섯 번째는 혼나고 난 오후였고요. 여덟 번째는 친구와 같이 왔던 날이었지요. 도장 하나하나가 다 다른 하루였어요.
쿠폰 도장 열 개에는, 그 가게를 찾았던 열 번의 하루가 조용히 찍혀 있다.
처음엔 그냥 회사 근처라서 들렀어요.
그런데 몇 번 가다 보니 사장님이 제 주문을 기억하시더라고요. 따뜻한 라떼, 우유 조금 적게. 이제는 들어가면 먼저 물어보세요. 오늘도 그걸로 하실 거죠? 그 한마디가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가 됐어요.
무료 커피는 평소와 똑같은 라떼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더 맛있었지요. 공짜라서가 아니라 열 번을 다녀온 끝에 받은 거라서요. 창가 자리에 앉아 천천히 마셨어요. 창밖에 은행잎이 떨어지고 있었네요.
사장님이 새 쿠폰을 한 장 주셨어요.
첫 칸에 도장이 하나 찍혀 있었지요. 다시 열 번의 하루가 시작되는 거예요. 지갑에 넣으며 다음 열 번은 어떤 날들일까 생각했어요.
쇼펜하우어는 큰 행복보다 작은 즐거움들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고 했대요.
쿠폰 도장 하나가 딱 그런 즐거움 같아요. 거창하지 않아도 하루에 작은 표시 하나를 남겨주니까요.
도장 열 개에는 그 가게를 찾은 열 번의 하루가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단골 가게에 들러 도장 하나를 더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