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현관에 택배 상자가 세 개 쌓여 있었어요. 언제 주문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더라고요.
뜯어보니 둘이 머그컵이었어요. 그것도 찬장에 이미 있는 것과 거의 같은 색이었네요.
주문 내역을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
다 늦은 밤이었지요. 그 주는 일이 잘 안 풀려서 밤마다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누워서 화면을 넘기다가 예쁜 걸 보면 눌러두고, 결제까지 해버렸던 거군요.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엔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요.
뭔가 좋은 게 올 거라는 기대가 생기니까요. 그런데 그 기대는 상자를 뜯는 순간 대개 끝나더라고요. 물건이 나쁜 게 아니라, 제가 바란 게 물건이 아니었던 거겠지요.
마음이 비어 있을 때 사는 물건은, 그 빈자리의 모양과 맞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바라는 걸 채워도 금방 다른 바람이 생긴다고 했지요.
밤마다 장바구니가 늘어나는 게 꼭 그랬어요. 하나를 사면 잠깐 괜찮다가, 다음 날 밤이면 또 다른 걸 보고 있었네요. 채우려는 자리는 그대로인데 물건만 바뀌고 있었던 거고요.
찬장 앞에서 새 머그컵을 원래 있던 것 옆에 놓아봤어요.
거의 같은 색이라 좀 웃겼지요. 비슷한 밤에 비슷한 마음으로 고른 거라 그랬나 봐요. 그 컵들이 그 주의 제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네요.
결국 하나는 친구에게 줬어요.
친구가 이 색 좋아한다고 반가워하더라고요. 제 가라앉은 밤에 산 컵이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선물이 된 거지요. 그게 이상하게 위로가 됐어요.
요즘은 밤에 뭘 사고 싶어지면 일단 장바구니에만 넣어둬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면 대개 마음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그리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지금 마음이 좀 비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려고 해요. 그걸 알아차리기만 해도 조금은 덜 허전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