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꽃집 앞을 지나다 멈췄어요. 양동이에 담긴 하얀 소국이 눈에 들어왔지요.
들어가서 한 단을 골랐어요. 사장님이 누구 주실 거예요, 하고 물으셨네요. 잠깐 머뭇거리다 제가요, 라고 했어요.
그 몇 초 동안 조금 쑥스러웠어요.
꽃은 늘 누군가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생일이나 기념일, 축하할 일이 있을 때요. 아무 날도 아닌데 저를 위해 꽃을 사는 건 좀 사치 같기도 했지요. 그래서 대답이 늦었던 거군요.
그런데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리본을 한 바퀴 더 감아주셨어요.
자기한테 꽃 사는 분들이 제일 예쁘다고 하시면서요. 그 말에 쑥스러움이 조금 풀렸네요. 꽃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가벼웠어요.
스스로에게 건네는 꽃은, 오늘의 나를 조금 다정하게 대하겠다는 약속이다.
집에 와서 유리병에 꽂아 식탁에 올려뒀어요.
방이 갑자기 환해지더라고요. 꽃 한 단이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 줄 몰랐어요. 밥을 먹을 때도, 창밖을 볼 때도 자꾸 눈이 갔지요.
물론 며칠 지나면 시들겠지요.
그걸 알면서 사는 거라 더 귀한 것 같아요. 오래 남는 물건이었다면 금방 익숙해졌을 거예요. 쇼펜하우어는 아름다운 걸 보는 순간 잠깐 자기 걱정을 잊는다고 했대요. 꽃을 보는 몇 초가 딱 그런 순간이네요.
요즘 아침마다 꽃병 물을 갈아줘요.
출근 준비로 바쁜데도 그 일만큼은 빼먹지 않게 되더라고요. 뭔가를 돌보는 작은 일이 하루를 조금 차분하게 시작하게 해주지요. 꽃을 돌보는 건지 제가 돌봄을 받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무 날도 아닌 날에 나에게 꽃을 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요.
오늘을 조금 다정하게 대하는 방법일 뿐이에요. 가끔은 그 다정을 스스로에게 건네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