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이 잡혀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어요. 일정이 끝나고 방에 들어오니 밤 아홉 시였지요.
깨끗하고 넓은 방이었어요. 그런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휑했네요. 모든 게 반듯한데 낯설었어요.
창가로 가봤어요.
밖에 비가 오고 있었지요. 그런데 창문이 통유리라 열리지 않았어요. 빗줄기는 보이는데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유리 너머로 소리 없는 비를 보고 있으니 꼭 영화 화면을 보는 것 같았네요.
그날 밤 제 방 창가가 많이 그리웠어요.
조금 열어두면 빗소리가 들어오는 창, 손때 묻은 가죽 소파, 스탠드 불빛이요. 호텔 방이 훨씬 좋은데도 그 낡은 것들이 그리웠지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큰지 그때 알았어요.
낯선 방이 아무리 좋아도, 익숙한 소리 하나가 없으면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잠이 안 와서 휴대폰으로 빗소리를 틀었어요.
창밖엔 진짜 비가 오는데 소리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셈이었지요. 조금 우스웠어요. 그래도 그 소리를 들으니 몸이 풀리더라고요. 한참 듣다가 어느새 잠들었네요.
출장은 늘 조금 외로워요.
낮엔 일하느라 정신없지만 밤엔 혼자 남지요. 아는 사람도, 익숙한 골목도 없는 곳에서요. 그 외로움이 싫으면서도 가끔은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거든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늘 곁에 있는 건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대요.
제 방 창가가 그랬어요. 매일 있으니 당연했지요. 하룻밤 떠나고 나서야 그게 제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알았어요.
낯선 천장 아래서도 익숙한 소리 하나가 있으면 잠들 수 있더라고요.
혼자 떠난 밤엔 내 방을 닮은 작은 것 하나를 곁에 둬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