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은 우리 방에서 제일 먼저 나가는 애였거든. 별명도 그래서 칼손이야.
다들 버틸지 말지 고민할 때 칼손은 벌써 정리하고 앉아 있었어.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어. 매번.
그게 칼손 버릇이었어. 본인도 알았고 고치고 싶어 했어.
칼손 이번엔 안 먼저 나갈 거야.
그날 칼손이 손바닥에 볼펜으로 점을 찍고 있더라.
뭐냐고 물었더니 나가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찍는 거래. 나가는 대신.
한 번 나가고 싶으면 점 하나. 또 나가고 싶으면 점 하나.
점심때 봤는데 세 개였어. 오후에 봤더니 다섯 개.
저녁에 칼손 손바닥에 점이 일곱 개였어. 하루에 일곱 번 나가고 싶었던 거야.
근데 한 번도 안 나갔어. 일곱 번 다 참았어.
칼손이 손바닥을 보여주면서 좀 웃었어. 지쳤대. 근데 뿌듯하대.
불나방 칼손이 안 나갔어? 진짜?
칼손한테 물어봤어. 일곱 번 참는 게 힘들지 않았냐고.
칼손이 그러더라. 처음 세 번은 진짜 힘들었대. 손이 떨렸대.
근데 네 번째부터는 좀 달라졌대. 점 찍는 게 습관이 돼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점으로 바뀌었대.
그러니까 참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였대. 점 하나 찍는 동안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니까.
생각해보면 요새 돌부처는 오래 붙잡던 걸 놓는 법을 배웠잖아.
칼손은 반대로 먼저 놓던 걸 붙잡는 법을 배운 거야.
둘이 서로 반대편에서 가운데로 오고 있는 거라니까. 너무 빨리도 말고 너무 오래도 말고.
돌부처 칼손이 나한테 배웠네.
칼손 아니야. 내가 스스로 한 거야.
둘이 그렇게 티격태격하는데 다들 웃었어.
그날 결과가 어땠는지는 아무도 안 물어봤어. 칼손도 말 안 했고.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칼손이 버릇을 한 번 깼다는 거니까.
너도 오래된 버릇 고치고 싶으면 한 번에 고치려고 하지 마. 점 하나씩 찍어봐. 일곱 개면 하루 버틴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