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에서 겨울을 앞두고 연탄 나눔 봉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아직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집들이 있다는 얘기였지요.
그 주말 동네 언덕 위 골목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봤어요. 연탄을 한 장씩 손에서 손으로 건네고 있었네요.
봉사자들이 골목 아래부터 집 앞까지 한 줄로 서 있었어요.
트럭에서 내린 연탄을 한 장씩 옆 사람에게 건넸지요. 다들 검은 장갑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어요. 얼굴에 검댕이 묻은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도 다들 웃으며 연탄을 건넸어요. 하나, 둘 하며 숫자를 세는 소리도 들렸지요.
연탄이 쌓이는 곳은 골목 끝 작은 집이었어요.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사시는 집이래요. 할머니는 마당에 나와 계셨지요. 연탄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목소리가 골목 끝까지 들렸네요.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연탄 한 장마다, 누군가의 겨울을 걱정하는 마음이 실려 있다.
다 쌓고 나니 할머니 댁 담벼락에 손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봉사자들이 연탄을 쌓으며 담에 손을 짚은 자국이었지요. 검은 손바닥 모양이 줄지어 있었어요. 한 봉사자가 죄송하다며 닦으려 하자 할머니가 손을 저으셨어요. 이건 안 지울 거야, 하시며 웃으셨지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괴로움을 제 것처럼 느끼는 연민이 사람의 가장 귀한 마음이라고 했대요.
그날 골목에 줄 선 사람들이 그 마음을 손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의 추운 겨울을 자기 일처럼 여긴 거겠지요.
저는 그날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었어요.
손을 보태지도 못했지요. 대신 다음 봉사 날짜를 물어봤어요. 한 봉사자가 다음 달에도 한다고, 장갑만 끼고 오면 된다고 알려줬어요. 달력에 그 날짜를 적어뒀네요.
연탄 한 장씩 건네는 손들이 모여 누군가의 겨울을 데우는 것 같아요.
오늘은 추운 계절을 먼저 걱정해주는 마음 하나를 떠올려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