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한마디 하니까 숨이 한 번 걸리더라고요.
대단한 말도 아니었어요. 고생이 많다는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 혼자 있을 때는 안 무너집니다.
할 일이 있고 챙길 게 있으니까 몸이 그냥 굴러가는 거지요. 그러다 누가 알아봐 주면 그때 풀립니다. 순서가 반대인 것 같은데 늘 이렇게 되네요.
짐은 내려놓을 자리를 본 순간에야 무겁다는 것이 확인된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어요.
버티는 동안은 내려놓으면 안 되니까 무게를 안 재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누가 손을 내밀면 그제야 무게가 계산되는 거고요. 무너지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재보는 셈이군요.
문제는 상대가 놀란다는 겁니다.
별말 안 했는데 앞에서 갑자기 무너지면 그쪽도 어쩔 줄 몰라 하지요. 그 표정을 보면 제가 또 미안해지고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더 참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마디 붙여둡니다.
지금 좀 그래서 그런다고요. 그러면 상대도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요. 그거 하나로 그 자리가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다 참았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것보다 조금씩 흘려두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며칠에 한 번은 누구한테 한 줄이라도 말해두는 겁니다. 그러면 무게가 덜 쌓이고, 한 번에 큰 게 안 오고요. 잘 안 되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한 가지는 확실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번 풀리고 나면 그날 밤이 좀 가볍습니다. 며칠 눌러두고 있던 게 빠져나간 거지요. 다음 날 아침에도 덜 무겁고요.
그러니 무너진 게 손해만은 아닌 셈이군요. 다만 그 자리를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한마디에 무너졌다고 약한 건 아니겠지요.
그동안 잘 들고 있었으니까 그제야 풀린 거고요. 오늘 누가 한마디 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셨다면, 그건 그 자리가 안전했다는 뜻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