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에서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날이 추워지면 헌혈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얘기였지요.
그 주 수요일에 회사 앞에 헌혈 버스가 섰어요.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들이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네요.
평소엔 점심 메뉴 고르느라 바쁜 사람들이었어요.
그날은 밥을 빨리 먹고 버스 앞에 줄을 섰지요. 같은 팀 사람도, 다른 층 사람도 있었어요. 서로 처음 헌혈하냐고 묻기도 하고, 긴장된다고 웃기도 했고요. 버스 앞이 잠깐 작은 모임 같았네요.
헌혈을 마치고 나온 동료가 있었어요.
팔에 붙인 반창고를 보여주며 쑥스럽게 웃었지요. 이걸로 누가 한 명은 살겠지.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팔을 내민 거니까요.
얼굴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내민 팔 하나에도, 조용한 연민이 담겨 있다.
저는 그날 줄을 서지 못했어요.
바늘이 무서워서 망설였지요. 줄 선 동료들을 보며 조금 부끄러웠어요. 대신 다음엔 꼭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동료가 처음엔 다 무섭다고,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연민이 사람의 가장 귀한 마음이라고 했대요.
헌혈 버스 앞의 줄이 딱 그런 마음 같았어요. 누가 받을지도 모르는데 기꺼이 내미는 거지요. 대단한 말 없이 그냥 줄을 서는 사람들이었어요.
뉴스에서는 혈액이 며칠분밖에 안 남았다는 얘기가 나왔지요.
저는 그 숫자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요. 다만 그날 회사 앞에 선 버스와 줄 선 동료들을 보니, 그 숫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났겠다 싶었어요.
얼굴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내민 팔 하나에도 연민이 담겨 있지요.
오늘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나눔 하나를 떠올려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