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단짝이랑 반이 갈렸거든. 지난 학년까지 늘 붙어 다니던 애.
근데 둘이 쉬는 시간마다 복도 끝에서 만나더라. 창틀 앞에서.
웃긴 게 둘이 서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 각자 자기 반 쪽에 서서 딱 중간에서 얘기해.
칼손 중간이 공평하잖아.
쉬는 시간이 십 분이잖아. 그 십 분 동안 둘이 엄청 빨리 얘기하더라.
반에서 있었던 일, 선생님 얘기, 점심 메뉴. 마치 시간이 없는 것처럼.
종 치면 각자 자기 반으로 뛰어가. 뒤도 안 돌아보고.
그거 보면서 좀 짠했어. 예전엔 하루 종일 옆에 있던 애랑 이제 십 분씩 나눠서 만나는 거잖아.
동아리방에서 칼손한테 물어봤어. 반 갈리고 어떠냐고.
칼손이 그러더라. 멀어질까 봐 무섭대.
그 애가 새 반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게 보인대. 복도에서 그 애가 다른 애들이랑 웃는 걸 보면 마음이 이상하대.
자기가 모르는 얘기가 늘어나는 게 무섭대. 그 애 반 얘기를 들어도 누가 누군지 모르니까.
불나방 나도 그런 적 있었어. 결국 멀어졌는데.
불나방이 자기 얘기를 했어. 중학교 때 단짝이랑 반이 갈렸는데 결국 멀어졌대.
처음엔 매일 만났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 되고, 한 달에 한 번이 되고. 그러다 끊겼대.
칼손 얼굴이 굳었어. 불나방이 눈치를 채고 바로 덧붙이더라. 근데 너네는 다를 거라고. 너네는 창틀이 있잖아.
생각해보면 그 창틀이 중요한 것 같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
그건 약속이잖아. 말로 안 해도 매일 거기 가면 만날 수 있다는 약속.
반이 갈려도 그 약속이 있으면 안 끊기는 거라니까. 불나방 때는 그런 자리가 없었던 거고.
돌부처 자리가 있으면 돼.
너도 단짝이랑 반이 갈려서 멀어질까 봐 무서우면 둘만의 자리를 하나 정해봐. 창틀이든 매점 앞이든.
멀어질까 봐 무서운 건 그만큼 소중하다는 거야. 동아리방도 그런 자리 중 하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