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엄마 따라 동네 목욕탕에 갔거든. 오랜만이었어.
탕에 들어가 있는데 옆에서 아주머니들이 얘기를 하시더라. 처음엔 김장 얘기였어.
근데 어느 순간 주식 얘기로 바뀌었어. 누가 먼저 꺼냈는지는 몰라.
재밌는 게 뭐냐면, 그 얘기가 나오자 아주머니들이 탕 가장자리로 모여 앉으셨거든.
넓게 흩어져 있다가 한쪽으로 쏙. 그리고 목소리가 다 낮아지더라.
탕 안이 원래 소리가 울리잖아. 그래서 조심하시는 것 같았어.
그러다 다시 김장 얘기로 돌아가면 흩어지셨어. 목소리도 원래대로 커지고.
칼손 어른들도 그 얘기는 작게 하는구나.
나는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자세히는 못 들었어. 들렸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을 거고.
들린 건 몇 마디뿐이었어. "그냥 두는 거지 뭐." "우리 애한테는 말 안 했어."
그 두 마디가 제일 또렷했거든. 동아리방에서 매일 듣는 말이랑 똑같아서 그랬나 봐.
나와서 엄마한테 말했어. 아주머니들 주식 얘기 하시더라고.
엄마가 웃으면서 그러더라. 목욕탕은 원래 그런 얘기 하는 데라고. 따뜻하니까 말이 잘 나온대.
그 말이 좀 맞는 것 같았어. 무거운 얘기도 따뜻한 물속에서는 좀 가벼워지잖아.
돌부처 따뜻하면 풀려.
다음 날 동아리방에 가서 그 얘기를 했거든. 불나방이 우리 방에 온풍기를 사자고 하더라.
농담인 줄 알았는데 좀 진지했어. 따뜻하면 애들이 말을 더 할 것 같대.
온풍기는 못 샀어. 대신 그날부터 따뜻한 차를 타놓기 시작했다니까.
어른이든 우리든 그 얘기 할 데가 필요한 건 같은가 봐. 탕 가장자리든 동아리방이든.
너도 무거운 얘기 꺼낼 데가 없으면 따뜻한 데부터 찾아봐. 동아리방 차는 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