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빠랑 야구장에 갔거든. 처음이었어.
외야 응원석에 앉았는데 옆자리에 아저씨 두 분이 계셨어. 유니폼 입고.
경기 초반엔 다들 응원가 부르고 박수 쳤어. 신났어.
근데 공수 교대할 때마다 아저씨들이 폰을 꺼내시더라. 그리고 얘기를 하셨어.
요새 장이 어떻다느니, 마음이 무겁다느니.
응원할 땐 소리 지르시다가 쉬는 시간엔 한숨 쉬시다가. 그게 계속 반복됐어.
아빠가 옆에서 듣고 계시다가 살짝 웃으셨어. 아빠도 아시는 얼굴이었어.
칼손 야구장에서도 그 얘기구나.
칠 회쯤에 우리 팀이 홈런을 쳤어. 야구장 전체가 일어났어.
옆자리 아저씨가 들고 있던 폰을 의자에 던지셨어. 그리고 두 팔을 들고 소리를 지르셨어. 엄청 크게.
옆 아저씨랑 껴안으시고, 모르는 사람이랑 하이파이브 하시고.
그 순간 아저씨 얼굴이 완전 달랐어. 쉬는 시간에 한숨 쉬시던 얼굴이 아니었어.
신기한 건 그 뒤로 아저씨가 폰을 다시 안 집으셨다는 거야.
의자에 던져둔 그대로 경기 끝날 때까지. 쉬는 시간에도 안 보셨어. 그냥 옆 아저씨랑 홈런 얘기만 하셨어.
홈런 하나가 그 폰을 잠깐 잊게 한 거야.
불나방 홈런 한 방이면 다 잊는구나.
집에 오는 길에 아빠한테 물어봤어. 옆자리 아저씨들 주식 얘기 하시던 거 들으셨냐고.
아빠가 그러셨어. 다들 그래서 야구장 오는 거라고. 소리 지를 데가 필요하니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소리 못 지르잖아. 근데 야구장에서는 마음껏 질러도 되니까.
아빠도 오늘 홈런 때 소리 지르셨대. 오랜만에. 나도 봤어.
돌부처 우리 방엔 소리 지를 데가 없네.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돌부처가 그러더라. 우리 방엔 소리 지를 데가 없다고.
그래서 다음에 다 같이 야구장 가기로 했어. 신입 후배까지 다섯 명이서.
소리 지를 데가 하나 있으면 무거운 것도 잠깐 내려놓을 수 있더라. 너도 그런 데 하나쯤 찾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