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동안 붙들고 있던 일을 끝낸 저녁이었어요. 집에 와서 손을 씻다가 거울을 봤지요.
잘했어, 하고 소리 내 말해보려 했어요. 그런데 입 모양만 만들고 소리는 끝내 안 나오더라고요. 혼자 거울 앞에서 웃었네요.
남에게는 그 말이 쉬워요.
동료가 일을 끝내면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바로 말하지요. 친구가 힘든 걸 버텨내면 대단하다고 하고요. 그런데 똑같은 일을 제가 해내면 그 말이 안 나와요. 그냥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넘기게 되네요.
스스로를 볼 때는 모자란 데부터 보여요.
일을 끝내도 여기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저기는 실수했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잘한 부분은 당연한 거고, 못한 부분만 또렷하게 남아요. 남에게는 그렇게 엄격하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남에게 건네는 너그러움의 절반만 나에게 써도, 하루가 훨씬 가벼워진다.
쇼펜하우어는 남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연민을 귀하게 여겼대요.
그런데 그 연민을 나에게 쓰는 건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남이 힘들면 안쓰러워하면서, 내가 힘들면 더 다그치지요. 저도 저에게 조금은 연민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숙제를 하나 내줬어요.
하루에 한 번 스스로 잘한 걸 하나씩 적으라고요. 처음엔 쑥스러웠지요. 그런데 적다 보니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아침에 제때 일어난 것, 어려운 메일을 보낸 것, 피곤한데 저녁을 차려 먹은 것 같은 거요. 다 작지만 분명히 해낸 일들이었네요.
며칠 뒤 다시 거울 앞에 섰어요.
이번엔 작게 소리가 나왔어요. 잘했어. 어색해서 금방 고개를 돌렸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데워지더라고요.
남에게 건네던 잘했다는 말은 나에게도 똑같이 닿을 자격이 있겠지요.
오늘은 작게라도 한 번 소리 내어 말해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