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하나 들어줬네요. 흔쾌히 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사이가 좀 묘해졌더라고요. 그 사람이 사소한 것까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받은 쪽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갚으라고 한 적은 없는걸요. 그런데도 그쪽에서는 계산이 시작되는 거지요. 그 계산이 안 맞는 동안에는 편하게 못 대하게 되고요.
도움은 두 사람 사이를 잠시 기울인다. 다시 수평이 될 때까지, 낮은 쪽은 발끝으로 서 있다.
이상한 건 도와준 쪽도 조심스러워진다는 거더라고요.
혹시 생색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 얘기를 아예 안 꺼내게 돼요. 그러다 보면 그 일이 둘 사이에 못 건드리는 자리가 됩니다. 못 건드리는 자리가 하나 생기면 대화가 그 주변을 돌게 되고요.
돌아보면 그 부탁이 좀 컸어요.
작은 거였으면 이렇게 안 됐겠지요. 커질수록 갚기 어려워지고 갚기 어려우면 오래 남지요. 제가 그때 다 해준 게 오히려 부담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그때 절반만 해주고 나머지는 같이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러면 받기만 한 게 아니라 같이 한 게 되니까요. 다 해주는 게 늘 좋은 건 아니었던 셈이군요. 물론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네요.
몇 달 뒤에 제가 그 사람한테 작은 걸 하나 부탁했어요.
일부러 한 건 반쯤 맞아요. 그쪽이 들어주고 나서 표정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기울어져 있던 게 조금 돌아온 겁니다.
한참 지나서 그 일 얘기를 슬쩍 꺼내봤어요.
그때 도와줘서 다행이었다고, 지금은 다 지난 일이라고요. 생색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쪽이 웃더라고요. 못 건드리는 자리로 두는 것보다 한 번 건드리는 편이 나았던 셈이네요.
어색해진 게 사이가 나빠져서는 아니겠지요.
아직 균형을 다시 못 잡은 것뿐인걸요. 오늘 도와주고 나서 어색해지셨다면, 다음에 작은 걸 하나 부탁해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