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오래 못 본 사람을 마주쳤네요. 서로 반가워했어요.
그런데 그다음에 할 말이 없더라고요. 몇 마디 하고 헤어졌어요.
억지로 웃은 게 아니에요.
얼굴을 본 순간에는 정말 반가웠는걸요. 그건 몇 초짜리고요. 그 몇 초가 지나면 그다음을 채울 게 없는 셈이군요.
반가움은 순간에 오고, 대화는 시간에 얹힌다. 오래 못 본 사이에는 그 시간이 비어 있다.
잘 지내냐고 물으면 잘 지낸다고 하지요.
거기서 더 들어가려면 그동안 뭐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몇 년치 공백을 길에 서서 채울 수는 없겠고요. 그래서 얕은 데서 끝나는 겁니다.
끝은 늘 비슷해요.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하고 헤어지네요. 둘 다 그게 인사말인 걸 알고요. 그런데 그 말이 거짓말인 건 아닙니다. 마음은 있는데 실행이 안 붙는 것뿐이지요.
헤어지고 몇 걸음 가다가 저는 뒤를 안 돌아봤어요.
돌아봤는데 상대도 돌아보고 있으면 또 뭐라고 해야 하니까요. 아마 그쪽도 같은 이유로 안 돌아봤겠지요. 둘 다 그 어정쩡함을 아는 겁니다.
언젠가 한 번은 그날 저녁에 짧게 보냈어요.
오늘 반가웠다고요. 답이 왔고 몇 마디 오갔더라고요. 그걸로 다시 자주 보게 되지는 않았지만, 길에서 만난 게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고요.
그래도 그 몇 초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몇 년 만에 얼굴을 본 것만으로 그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게 확인되니까요. 대화가 안 이어져도 그건 남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일이 드문 요즘에는 그것도 꽤 큰 셈이네요.
할 말이 없다고 반갑지 않은 건 아니겠지요.
시간이 비어 있는 것뿐이고요. 오늘 누구를 마주치고 어정쩡하게 헤어지셨다면, 저녁에 한 줄 보내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