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창문을 열었는데 멀리서 함성이 들려왔어요. 근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었지요.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넘어왔어요. 확성기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도 섞여 있었네요.
옆집 베란다를 보니 할아버지가 나와 계셨어요.
의자를 내놓고 앉아서 학교 쪽을 향해 한참 귀를 기울이고 계셨지요. 손녀가 그 학교에 다닌다고 예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직접 가시진 못하고 소리로 함께하고 계셨던 거군요.
나중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아주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요즘은 학교마다 아이가 줄어서 운동회도 예전 같지 않다고요. 그래도 저렇게 소리가 들리니 좋다고 하셨어요. 동네에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날이 귀하다면서요.
멀리서 넘어오는 아이들 함성은, 듣는 사람 각자의 어린 날을 불러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제 운동회가 떠올랐어요.
저는 달리기를 늘 꼴찌로 했지요. 그래도 점심시간에 엄마가 싸 온 김밥을 운동장 구석에서 먹던 기억은 또렷해요. 등수는 하나도 안 남았는데 그 김밥 맛은 남아 있네요.
함성 중에 가끔 아쉬운 탄성도 섞여 들렸어요.
어느 쪽이 졌나 봐요. 그래도 금방 다시 응원 소리로 바뀌더라고요. 아이들은 지는 것도 오래 붙들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조금 부러웠어요.
오후가 되자 소리가 잦아들었어요.
운동회가 끝난 모양이었지요. 옆집 할아버지도 의자를 들고 들어가셨고요. 조용해진 창밖이 조금 허전하게 느껴졌네요.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요.
그래도 멀리서 넘어오는 함성 하나가 누군가의 창가에서는 여전히 따뜻하게 들리더라고요. 오늘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하나에 잠깐 귀 기울여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