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둔 오후였어요. 점심 먹고 들어온 사무실에서 누가 연휴에 어디 가냐고 물었지요.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이 나왔어요. 바다 보러 간다는 사람, 부모님 댁에 간다는 사람, 해외로 짧게 다녀온다는 사람도 있었네요.
그 주에는 아침 뉴스에서도 연휴 얘기가 자주 나왔어요.
공항과 고속도로가 붐빌 거라는 소식이었지요.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렸고요. 다들 어딘가로 떠나는 연휴인 것 같았어요.
대답이 돌아오는 동안 조금 긴장했어요.
저는 딱히 계획이 없었거든요. 집에서 쉬려고 했지요. 그런데 다들 근사한 계획을 말하니까 그냥 집이라고 하기가 좀 민망하더라고요. 뭐라도 지어내야 하나 잠깐 고민했네요.
그때 맨 끝자리 선배 차례가 왔어요.
선배가 담담하게 말했지요. 저는 그냥 집에서 이불 빨래요. 사무실이 잠깐 조용해졌다가 다 같이 웃었어요. 누가 그게 제일 부럽다고 했고, 다른 사람도 맞다고 맞장구를 쳤지요.
떠나지 않는 계획도, 누군가 먼저 말해주면 꽤 괜찮은 계획이 된다.
그 덕분에 제 차례에는 편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저도 집에 있을 거라고요. 창가에서 비 오면 비 보고, 안 오면 낮잠 자겠다고 했지요.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어요. 오히려 몇 명이 그것도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네요.
연휴엔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있지요.
떠나는 사람은 새로운 걸 보고, 남는 사람은 익숙한 걸 조금 더 천천히 봐요. 어느 쪽이 더 잘 쉬는 건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한테는 남는 쪽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연휴 첫날 저도 이불 빨래를 했어요.
선배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지요. 바삭하게 마른 이불을 덮고 누우니 어디 간 것보다 좋았어요. 어디 가지 않는 연휴도 충분히 연휴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