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뉴스에서 가을 산에 등산객이 많이 몰린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주요 산 입구마다 사람들로 붐빈다는 얘기였지요.
그 뉴스를 듣고 나간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 부부를 만났어요. 두 분 다 새 등산화를 신고 계셨네요.
등산화가 똑같은 색이었어요.
짙은 남색이었지요. 제가 보고 있으니까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같이 샀다고 하셨어요. 이번이 첫 산행이래요. 아저씨가 퇴직하시고 나서 둘이 뭐라도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네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아주머니가 쪼그려 앉으셨어요.
아저씨 신발 끈이 풀려 있었거든요. 다시 단단하게 묶어주시면서 이렇게 해야 안 풀린다고 하셨지요. 아저씨는 가만히 서서 그걸 내려다보셨고요.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장면이 오래 남았네요.
같은 신발을 신고 나서는 두 사람 사이에는, 끈 하나 묶어주는 손이 있다.
뉴스에서는 산길에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는 장면이 나왔어요.
다들 형형색색 옷을 입고 있었지요. 그 많은 사람이 왜 가을이면 산에 오를까 잠깐 생각했어요. 단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저 부부처럼 누군가와 같이 걷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요.
저는 산에는 잘 안 가요.
체력도 없고, 사람 많은 데는 조금 지치거든요. 그날도 집에 돌아와 창가에 앉았어요. 창밖 나무에 물이 조금씩 들고 있더라고요. 산꼭대기는 아니지만 저한테는 그 정도가 맞는 가을이네요.
저녁에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그 부부를 다시 만났어요.
아저씨가 다리가 좀 아프다면서도 표정은 밝으셨지요. 아주머니가 다음 주에 또 갈 거라고 하셨어요. 새 등산화 앞코에 흙이 묻어 있었네요. 첫 산행을 잘 다녀오신 모양이었어요.
산에 오르는 사람도, 창가에 앉는 사람도 각자 가을을 맞고 있는 거겠지요.
방법은 달라도 다들 이 계절을 조금씩 붙잡아보려는 마음은 같은 것 같아요. 오늘은 자기 방식대로 이 계절을 누려보셔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