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엄마랑 이모네 집에 갔거든. 오랜만이었어.
들어갔더니 이모랑 이모부가 소파에 앉아 계셨어. 근데 앉은 자리가 좀 웃겼어.
소파 양 끝에 한 분씩.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각자 폰을 보고 계셨어.
내가 이모 옆으로 가서 앉았는데 폰 화면이 보이더라. 빨간 거 파란 거.
그리고 이모부 쪽을 봤는데 이모부 폰에도 같은 화면이 있었어.
두 분이 소파 양 끝에서 같은 걸 보고 계셨던 거야. 말 한 마디 없이.
칼손 같이 보는데 따로 보는 거네.
그러다 웃긴 일이 있었어. 두 분이 동시에 한숨을 쉬셨거든. 후우, 하고.
그리고 서로 쳐다보셨어. 한참 쳐다보시다가 이모가 먼저 웃으셨어. 이모부도 따라 웃으시고.
그 웃음이 좀 이상했어. 웃긴 웃음이 아니라 "당신도?" 하는 웃음.
나는 그거 보고 칼손이랑 돌부처가 처음 말 튼 얘기가 생각났어. 같은 한숨.
집에 오는 길에 엄마한테 물어봤어. 이모네는 왜 소파 끝에 따로 앉으시냐고.
엄마가 웃으면서 그러더라. 같이 보면 서로 얼굴 보게 되잖아. 그럼 더 신경 쓰인대.
그래서 따로 앉아서 보시다가 한숨이 같이 나오면 그때 웃으시는 거래. 그게 이모네 방식이래.
돌부처 따로 있다가 같이 웃는 거 좋네.
생각해보면 동아리방이랑 비슷하더라. 다들 각자 폰 보다가 누가 한숨 쉬면 다 같이 쳐다보잖아.
같은 걸 겪고 있으면 말 안 해도 통하는 거야. 한숨 하나로.
이모랑 이모부는 그걸 소파 하나에서 하고 계셨던 거라니까. 이십 년 넘게 같이 사신 분들이니까 더 잘 아시겠지.
나는 이모네가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같이 한숨 쉬고 같이 웃는 건 알 것 같거든. 너도 옆에 같은 한숨 쉬는 사람이 있으면 한번 쳐다봐. 웃음이 날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