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요새 집에 일찍 들어간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엄마 기분을 보고 있대.
용돈을 올려달라고 말하려는데 엄마 기분 좋은 날을 기다리고 있대. 벌써 사흘째.
불나방이 뭘 기다리는 거 처음 봤어. 늘 지금 당장 하는 애거든.
불나방 타이밍이 중요하다니까.
어떻게 엄마 기분을 아냐고 물었더니 방법이 있대.
저녁 먹고 나서 설거지를 먼저 해놓는대. 그리고 엄마가 뭐라고 하는지 본대.
고맙다고 하면 기분이 괜찮은 거고, 그냥 지나가면 아직인 거래. 사흘 다 그냥 지나갔대.
그거 듣고 다들 웃었는데 나는 좀 짠했어. 설거지를 사흘이나 한 거잖아.
칼손이 물었어. 그냥 말하면 되지 않냐고.
불나방이 그러더라. 말하는 건 쉬운데 엄마 얼굴 보는 게 어렵대.
요새 엄마가 장 보고 와서 영수증을 오래 들여다보신대. 그거 보니까 말이 안 나온대.
그 말에 방이 좀 조용해졌어. 다들 비슷한 장면 하나씩은 있었거든.
칼손 우리 엄마도 그래.
생각해보면 어릴 땐 그런 거 안 보였잖아. 그냥 달라고 하면 됐고.
근데 이제 영수증 보는 엄마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게 컸다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말이 안 나오는 건 불나방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집 사정을 알 만큼 컸기 때문이더라.
그래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댔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돌부처가 의외로 제일 좋은 말을 했거든. 올려달라고 하지 말고 뭐에 쓰는지 먼저 말하래.
그러니까 부탁이 아니라 설명을 하라는 거야. 그럼 엄마도 같이 생각할 수 있잖아.
돌부처 왜 필요한지부터.
불나방이 그날 집에 가서 그렇게 해봤대. 결과는 반만 올랐대. 근데 엄마가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대. 그게 더 좋았다더라.
너도 집에 부탁하는 말이 안 나오면 그건 네가 그만큼 집을 생각한다는 거야. 겁쟁이라서가 아니거든.
부탁 말고 설명부터 해봐. 연습 상대 필요하면 동아리방 와도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