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랑 얘기하다가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거든.
칼손이 "돈"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만 목소리가 작아져. 다른 말은 다 평소대로 하는데 그 단어만.
그리고 그 단어 말할 때 고개를 살짝 숙여. 아주 조금.
본인은 모르더라. 내가 말해주니까 진짜 놀랐어.
칼손 내가? 진짜?
웃긴 거잖아. 주식 동아리인데 돈 얘기가 부끄러운 거.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방 애들 다 좀 그래. 주식 얘기는 하는데 돈 얘기는 안 해.
물렸다, 버틴다, 나왔다. 이런 말은 쉽게 하는데 얼마인지는 아무도 말 안 해.
그게 우리 방 규칙이 아닌데도 다들 그렇게 하고 있었던 거야.
칼손한테 물어봤어. 돈 얘기가 왜 부끄럽냐고.
칼손이 한참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돈 얘기를 하면 자기가 돈만 보는 애 같대.
어릴 때부터 돈 얘기 하면 어른들이 싫어했대. 애가 돈 얘기 하면 안 된다고.
그게 아직 남아 있대. 주식을 하면서도 그 말이 귀에서 안 떠난대.
불나방 우리 집도 그랬어. 밥상에서 돈 얘기 금지.
불나방도 그랬대. 돌부처도 고개를 끄덕였어.
다들 어릴 때 돈 얘기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거야. 그래서 지금도 돈이라는 단어가 좀 무거운 거지.
생각해보면 그 말을 한 어른들도 나쁜 뜻은 아니었을 거야. 아이가 돈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 거겠지.
근데 그 말이 지금은 우리를 좀 숨게 만드는 거라니까.
근데 나는 칼손한테 그랬어. 부끄러운 게 이상한 거 아니라고.
돈 얘기가 부끄럽다는 건 돈보다 다른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잖아. 사람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
그러니까 칼손이 고개 숙이는 건 돈을 무서워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더 큰 애라서 그런 거라니까.
돌부처 돈 얘기 안 해도 다 알아.
그날 이후로 우리 방에 작은 규칙이 생겼어. 돈 얘기 하고 싶은 사람은 해도 되고, 안 하고 싶은 사람은 안 해도 되기.
강요 안 하기. 그리고 돈 얘기 했다고 이상하게 보지 않기.
칼손은 아직도 그 단어 말할 때 고개를 숙여. 근데 이제 아무도 그걸 지적 안 해. 그것도 칼손이니까.
너도 돈 얘기가 부끄러우면 그 마음 그대로 둬도 돼. 동아리방에선 숫자 없이도 다 알아듣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