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파트 단톡방에 들어가 계시거든. 평소엔 분리수거 공지, 주차 얘기 그런 거만 올라와.
근데 저녁에 엄마가 폰을 보시다가 "어머" 하시더라. 뭐냐고 했더니 화면을 보여주셨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한 줄.
엄마 말로는 오 분 전에 어떤 이웃이 긴 글을 올렸대.
주식 얘기였대. 요새 너무 힘들다고, 잠도 안 온다고, 누구한테 말할 데가 없어서 여기 쓴다고.
근데 오 분 만에 지워졌대. 올린 분이 직접.
엄마는 읽으셨대. 다른 이웃들도 몇 분은 읽으셨을 거래.
칼손 올리고 나서 무서워졌나 보다.
글이 지워지고 나서 단톡방이 조용했대.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했대.
모른 척하는 게 예의일 수도 있잖아. 본인이 지웠으니까.
근데 십 분쯤 지나서 한 이웃이 이모티콘 하나를 올리셨대. 따뜻한 차 이모티콘.
아무 말 없이 그것만. 그리고 그 밑에 다른 이웃들이 하트를 하나씩 눌렀대.
엄마가 그 화면을 한참 보시더니 그러셨어. 저게 제일 좋은 대답이라고.
지운 글에 대해 말하면 그분이 더 민망하실 거고, 아무것도 안 하면 혼자인 것 같으실 거고.
그래서 차 한 잔 이모티콘. 봤다는 것도 아니고 못 봤다는 것도 아닌, 그냥 따뜻한 거.
엄마도 하트 하나 누르셨어. 나도 옆에서 보면서 좀 뭉클했어.
돌부처 차 한 잔이 제일 큰 말이네.
나는 그 글 올린 분 마음을 좀 알 것 같아. 동아리방 애들도 다 그러거든.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데 막상 말하고 나면 너무 드러난 것 같아서 숨고 싶은 거.
올린 것도 진심이고 지운 것도 진심이야. 둘 다 그분 마음인 거라니까.
그리고 그 마음에 이웃들이 차 한 잔으로 대답해준 거고.
너도 힘들다고 썼다가 지운 적 있으면 그건 약해서가 아니야. 말하고 싶었던 것도 숨고 싶었던 것도 다 진짜거든.
지운 글 자리에도 누군가 차 한 잔 놓아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에서는 내가 놓아줄게.